이야기
소매치기를 당한 줄 알았다.
언니네 집 까미(먹을 것보다 공놀이가 좋은 개)가 공을 볼 때의 여느 때보다 크고 반짝이는 눈으로 옷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입어보고 마침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가방에 지갑이 없다. 더 커진 눈으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지갑을 찾아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지갑과 함께 잃어버린 것들을 수습하러 근처 카페로 향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는데 옷을 고르고 있을때 내 눈길을 빼앗았던 한 남자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수상하다. 여자 핸드백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 남자의 표정과 행동이 어색했다. 마치 내 가방을 쳐다보고 있다 황급히 다른 것을 보는 듯. 그가 내 지갑을 훔친 게 분명하다.
정리를 마치고 집에 가려다 혹시나 해서 옷가게 점원에게 들어온 분실물이 없는지 물었다. 점원은 내 지갑의 색깔을 물었고 나는 하얀색이라 말했다. 그는 씩 웃으며 내 지갑을 건네주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모든 게 그대로 들어있었다.
피팅룸에서 가방을 선반에 내려놓을 때 흐물흐물한 천가방에 들어있던 지갑이 툭 튀어나와 떨어졌던 것. 괜한 사람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이야기를 만들고 의심하고 저주했다.
'미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