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커뮤니티 이야기 #92
벤치마킹.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 누구나 한 번쯤 활용해 봤을 전략이죠. 보통 “다른 회사에서 이런 시도를 했는데 효과가 좋았더라. 그러니 우리도 해보자”라는 흐름으로 기획서나 보고서를 씁니다. 그런데 이 벤치마킹을 통해 실행한 액션이 실제로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분명 저 회사도 이 방법으로 성과를 냈는데,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하면 어딘가 어긋난 것 같고 결과도 아쉬운 경우가 많죠.
왜 그럴까요? 리멤버 커뮤니티에 카카오뱅크의 박종훈 님이 쓰신 <애증의 벤치마킹> 글을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culture] 애증의 벤치마킹
남의 전략을 그대로 차용하면 안 되는 이유
세상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하물며 복잡하기 그지없는 비즈니스에서는 더하겠죠. 단순해 보이더라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효과를 내기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거의 무조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을 할 때 최종 결과물만 봅니다. 사실 최종 결과물밖에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죠. 어떤 회사가 자기들이 한 일을 외부에 알릴 때는 자랑하고 싶은 성과만 내세우니까요. 그러니 막상 따라 하려고 하면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겁니다. 벤치마킹 대상 회사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고요.
벤치마킹은 대부분의 경우 ‘설득의 근거'로 쓰입니다. 상사에게 기획안을 어필해야 할 때, 경쟁 PT를 할 때 벤치마킹 사례는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진 좋은데, 그 역할 때문에 ‘각색'이 들어가게 되는 게 문제입니다. 더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붙이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 내세우는 벤치마킹 사례가 원래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을 띠는 경우도 많습니다. 맥락을 잘못짚을 뿐 아니라 사실과 다른 꾸밈이 들어가니, 이를 실제로 적용할 때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는 거죠.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
그래서 벤치마킹은 쓸모없고, 멀리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각성'의 순간이 필요합니다. 지지부진한 사업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오랫동안 해오던 관성에 의해서만 일하고 있을 때, 위기를 느낄 때 “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구나”, “아, 저기는 저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뒤처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벤치마킹은 팀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임팩트를 가져다주죠. 비즈니스의 전환은 정신이 내부에만 쏠려있어서는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벤치마킹은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대략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적어도 ‘이 방향으로 가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커다란 방향성을 잡는 게 아무것도 없는 맨 땅에서는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벤치마킹 그 자체로 답을 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을 잘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팁도 박종훈 님은 설명합니다.
내용보단 형식을 벤치마킹하라
결과적으로 마이크로매니징이라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회사와 개인의 동반 성장을 위해 업무 과정에서 실무진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익숙한 개울물이라도 물이 불어나 돌다리가 안 보이면 하나씩 두드려가며 건너는 것처럼요.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매니징이 필요한 때를 적절히 가려내는 것입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의 행위 자체보다는 이를 남발하고, 잘못 쓰는 리더의 태도가 문제죠.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인다면 마이크로매니징은 훌륭한 리더십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적절함’을 찾는 게 리더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겠지만요.
준비가 됐는지 반문하라
손흥민의 움직임을 연구한다고 누구나 축구를 잘하게 될까요? 아닙니다. 적어도 배울 준비가 잘 되어있는 사람만이 효과를 볼 수 있겠죠. 벤치마킹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업이 타사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세미나를 열면서 정작 자기 조직이 이를 받아들이고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지금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이를 위한 구성원들의 인식 수준은 충분한지, 변화를 위한 자원이 모자라지 않은지. 생각보다 이에 대해 추상적인 수준으로만 알고 있는 담당자가 많습니다. 이러면 벤치마킹 대상을 아무리 면밀히 연구해 도입한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수 없겠지요.
리멤버 커뮤니티의 관련 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