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인플톡 인터뷰
<리멤버 인플톡>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중, 매월 우수 인플루언서로 선정된 분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선정된 인플루언서의 개성 가득한 소개부터 활동 내용, 활동 후기까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광고와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한때 로망이었다는 패션 대기업에서 잠깐 근무하고, 현재는 남성 뷰티 브랜드 그라펜으로 유명한 세이션에서 CMO/CSO를 함께 맡고 계신 이색적인 커리어의 소유자가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 대상도 수상하셨고, 광고 대상 심사위원(예심)으로도 잠깐 활동하셨다고 하는데요, 바로 리멤버 커뮤니티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배영진 님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하지만, 시작한 건 제대로 끝을 봐야 한다는 끈기와 집념의 배영진 님과 함께 리멤버 커뮤니티 활동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바로 함께 살펴볼까요?
Q. 3가지 키워드로 영진 님을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커리어적인 측면과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측면으로 나눠보고 싶고, 키워드로 콕 짚기 어려운 건 조금 구체적으로 소개 드릴게요.
제 커리어를 보면 사실 ‘유연성’이 필수입니다. 대략 14년간 커리어를 이어오며 10년 이상을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는데요. 덕분에 정말 다양한 성향의 클라이언트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100여 개 이상 마케팅 캠페인을 수행하며 많고 많은 ‘타인의 숙제’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제 이력의 특성상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유연한 사고'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다음 키워드는 ‘진정성’인데요. 오랫동안 대행사에서 근무하면서 ‘제 성공이 제 성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결국 클라이언트를 성공시키거나 제가 속한 조직을 성공시키는 게 저의 성공이라는 걸 커리어 시작 단계에서 항상 고민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목표나 관계에 있어서 늘 헌신적인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전 불가능할 것 같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현재 리소스나 상황 등을 고려해 불가능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게 낫습니다. 대신 시작한 건 꼭 제대로 끝을 봐야만 하는 성격이라 절대 대충 하는 법은 없어요.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아마 많이 피곤했을 거예요.(웃음)
다음으로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차원의 첫 번째 신념은 ‘맨파워보다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대행사에 있을 때 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많이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내며 잘하려고' 목숨을 걸었죠. Doing과 Performance의 차이라고 할까요? "저는 대략 8년 동안 ‘스타일난다’의 광고 대행을 맡았습니다" 보다 "저는 스타일난다를 대행 운영하기 전 난닝구를 맡아 검색광고 캠페인을 맡아 가치 기반의 관리 방법으로 월 5,000만 원의 광고비를 1억 원 이상까지 업스펜딩했고, 캠페인 ROAS는 400%에서 600% 이상으로 ~(중략)" 이런 설명이 성과를 내며 잘하는 쪽에 가까운 설명이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일을 잘하려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노가다(?)가 정말 많다는 패션업계 클라이언트분들을 여럿 담당하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유망한 브랜드나 서비스를 맡고 싶다는 갈증이 끝이 없었어요. 그로 인해 팀원들에게는 엄격하면서 한편으론 일에 치여 섬세한 조직관리를 못 했던 것 같아요. AE로서 정말 많은 성과를 남겼고, 또 제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한때 생각했었는데, ‘성과는 잘 내지만 조직관리는 못하는 팀장'이란 평가를 받은 후로는 스타 플레이어로써 잘하기 보다 팀 자체와 시스템이 잘 할 수 있는 ‘팀 플라이 휠’과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좋은 팀과 시스템 내에서는 누구라도 프로세스에 따라 일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더 이상 제 자신의 퍼포먼스를 믿지 않습니다(웃음).
둘째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추구'합니다. 한 달에 꼭 한 권씩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 읽기 및 책 정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에서는 '극단적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이 개인의 발전과 최선의 아이디어로 굴러가는 조직을 만드는 토대이자 원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다방면에서 경험과 역량을 길러왔다고 한들 당면한 모든 문제에 해답을 알지 못하고 또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리더가 너무 실무에 집착하면, 사각지대(Grey Zone)를 보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나 해결책은 ‘조직의 어떤 원칙’을 토대로, 가장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실무자’들로부터 도출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에 대한 직책이나 연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고 대부분 위임하여 자율성에 맡기고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내용은 ‘멀티플라이어 처럼 일하기’입니다. 사실 이것은 책 제목(내용)이기도 한데요. 멀티플라이어는 자기 자신보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200프로 이상 이끌어 내는 리더’를 일컫는 표현으로 스스로가 재능자석이 되어 주변으로부터 좋은 동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해요. 사일로(Silo)를 구축하고 나만의 외딴섬에서 제왕이 되거나, 경력살인마가 되어 구성원들의 커리어를 망치는 그런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언제나 마음속으로 ‘나는 멀티플라이어다’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죠.
'우리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존경받고 있거나, 존경받는 리더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까?'「당신은 재능자석인가, 경력살인마인가?」中 >> 전문보기
Q. 영진 님의 Career Path에는 특히나 마케팅 쪽 스페셜리티가 가득한데요. 그간의 커리어를 가볍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커리어 초반, 약 10년 반 정도 두 개의 메이저 광고 에이전시에서 AE로 근무했어요. 앞서 설명드린 스타일난다, 난닝구, 아뜨랑스 등 패션소호를 비롯하여 로레알코리아, 요기요, 쏘카, 오늘의집, 클래스101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경쟁PT에 참여하여 캠페인을 따내고 여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3년 온라인 마케팅 광고 대상 퍼포먼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광고대상 예심 심사위원으로는 약 2년 정도 활동했어요.
마음 한편에 로망이었던 패션회사 인하우스 마케터로도 짧은 시간 근무했는데,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LF에서 헤지스를 맡아 D2C 퍼포먼스 마케팅과 가상 캐릭터 ‘서해수’를 브랜드 부캐로 활용하여 콘텐츠와 브랜딩에서도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뷰티 스타트업 '세이션'에서 CMO/CSO로 활약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세이션에서의 본캐는 CMO, 부캐는 CSO로 약 1년 4개월 정도 일하고 있어요. 사실 본캐로서 작년 한 해 마땅히 이룬 마케팅 성과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워낙 레드오션이고, 제조원가 상승이나 올리브영, 선물하기 등 대형 플랫폼의 성장은 더이상 D2C와 디지털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어요. GLG나 알파사이츠 같은 곳에서 국내 마케팅 시장 현황이나 트렌드에 대한 컨설팅을 종종 하곤 하는데, 쿠키레스(Cookieless) 시대의 돌입과 그에 따른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광고 성과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디지털 마케팅 활동은 점점 희소성이 높은 제품 기획과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옮겨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눈에 띄는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더라도 ‘브랜딩'을 좀 더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이란 결국 시간 싸움인데, 단기간 내 결과를 얻긴 힘들죠(웃음).
부캐 CSO는 조인 당시 없던 직함입니다. 조인할 때 세이션은 시드 투자를 완료한 상태였고 시리즈 A 완료를 위한 브릿지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경영진들과 IR을 진행하며 누적 투자 100억을 함께 유치하고, VC 사후 관리를 시작하며 전략경영 일선에 투입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수행성과를 인정받아 작년 11월부터 CSO를 겸직하게 되었고, 지금은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 및 사후 관리, 전사 사업 계획, 우수 인재 영입, 조직문화 설계 및 구축, 타운홀 미팅 운영, 대내외 홍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본격적인 콘텐츠 이야기에 앞서, 인플루언서로서 보여주신 독특한 행보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합니다. 영진 님께서는 콘텐츠 곳곳에서 '실무적 효용이 높은 템플릿 공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셨는데요. 예를 들면 <파일 한 장으로 멀티채널(D2C-B2C) 관리하기.>에서 나눠주신 '전시편성표 샘플 나눔' 등이 있습니다. 소중한 자산일 수 있는 이런 실무 자료를, 커뮤니티에 무료로 나눠 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서 디자인은 업무적 강점이자 그 자체로 취미 활동이기 때문에 OO 목적에 OO 타입 문서를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나누는데 망설임은 없어요. 오픈 범위에 대해서, 그러니까 대외비나 기밀이 아닌지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편인 것 같고, 소중한 자산인 건 맞지만 오히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면서 그로 인해 인맥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앞으로도 특별한 조건없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편으론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활용했던 문서가 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고, <대기업에서 잘 써먹은 A3용 원페이퍼 리포트 작성법.>을 통해 내부 이슈를 해결한 후 워싱하고 공유드렸더니 현업의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셔서 제가 생각했던 방법론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것에 대한 확신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무래도 D2C 자사몰 운영이나 멀티 채널 관리에 정답은 없고, 세부적인 지표 관리는 이것보다 더 타이해야겠지만, (중략) 아무쪼록 유용하게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파일 한 장으로 멀티채널(D2C-B2C) 관리하기.」中 >> 전문보기
Q. 영진 님께서는 마케팅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양한 분야/주제를 아우르며 콘텐츠를 만들어주셨는데요. 영진 님은 여러 경험과 생각 중 무엇을 글감으로 선정해, 어떻게 글로 구체화하는지 글쓰기 프로세스를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실무나 조직관리’에서 챌린지를 만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는 모든 것들이지 않을까 해요. 마케팅, 세일즈, 투자유치 및 사후 관리, 사업 및 경영 계획, 매니지먼트,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모두 다 잘하고 싶거든요. 그것을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제 자신의 모든 경험을 채록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영감이라는 게 떠오른다고 전부가 아니잖아요. 기억 못한 채 지나치면 소용없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연습장, 노트, 화이트보드, 아이폰 메모장, 엑셀 등 시간 날 때마다 몇 가지 단어들과 짧은 문장, 도형과 선을 활용하여 맥락으로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생각의 구조화 또는 구도화된 메모'를 자주 하는데, 이를 통해 심성모형(Mental Model: 온갖 할 일들로 복잡한 머릿속에 어떤 식으로라도 한 장의 요약을 강제 입력하는 과정에서 어떤 주제나 사건을 맥락과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제 필명이 '미스터 노트(Mr. Note)'인데, 작년 11월 성수에서 힙합 아티스트 빈지노 님과 협업하면서 빈지노 님으로 부터 하사받은 별명이에요. 메모와 정리를 잘 한다고 칭찬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Q. <퍼포먼스마케터가 브랜딩 캠페인을 기획한다면.> 글에서 소개해 주신 '퍼포먼스 마케터이면서 브랜딩 캠페인을 기획하고 집행하신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업무를 하시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관련한 영진 님만의 일 철학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존재 자체가 저는 잡식성이자 괴물이라고(웃음). 학교 다닐 때 마케팅 전공 교수님께서 말씀 주셨는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하면서 모든 강의에서 만점만 받다 보니 제가 많이 신기하셨데요. 저는 졸업이 필요했고, 입대 전 평점이 거의 학고(학사경고) 사회에 나가려면 그냥 모든 강의에서 A+를 받아도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3학년 땐 하루 6시간, 4학년 때는 하루 12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열람실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설령 친구들과 놀거나, 술자리가 있어도 제 자신과 한 약속이니까 지키려고 노력했죠. 사회에 나와서도 여러 번 들었던 것 같은데(웃음), 심지어 어떤 클라이언트 분은 여기에 한 마디 더 보태시고는 제가 너무 일 이야기만 한다고, '진지해서 재미없다'고까지 말씀하셨어요.
암튼 매사에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해보지 않은 일에도 마음이 많이 열려 있어요. 이 글은 LF에 입사했던 시기를 생각하며 썼던 글인데, 저 당시 제 경력의 80~90%는 모두 퍼포먼스 마케팅이라 브랜딩은 다소 낯설었습니다. 다만 소재 기획이 없는 퍼포먼스 캠페인이 있을 수 없고, 기획서 없는 마케팅은 있을 수 없으니 늘 ‘상식의 수준'을 조금 넘는 상태로 콘텐츠와 브랜딩에 관심이 있었어요. 마침 마케팅 트렌드를 쫓는데 열심히라 잠깐 생각이 반짝했던 것 같은데요. 광고 대행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했던 터라, ‘요즘 이런 게 유행하는구나' 싶어서 캐릭터 마케팅과 챌린지를 섞어봤더니 적은 비용으로도 제법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죠. 물론 이 과정에서 대략 3개월 동안 12시 전에 집에 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부서에 할당된 모든 여비비를 제가 다 썼을 거예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에 지름길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전문가들 보다 독학(?)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 몸에 익히면 그것이 결국 경험이자 자산이 되니까 저를 위해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해요.
세이션에 조인한 후 본캐인 마케팅 보다 부캐인 투자유치나 사업 계획에서 역량을 발휘할지 그 누가 알았겠어요? 불과 2년 전에 저는 지금과 같은 일을 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저의 커리어와 요람을 보면, 앞으로도 거침없이 무한한 영역에 도전할 것 같기도 해요. 여담이지만, 마케팅 씬에서 마케터는 결국 시간이 지나 연차가 쌓이면 퍼포먼스와 브랜딩, 전시/홍보,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역 없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발언이 올드패션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내 스스로 나의 업무의 범위와 깊이를 좁고 또 얕게 정의할수록 성장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마 치킨 한 마리, 아아 한 잔에도 목표 Acquisition을 설정할지도!「퍼포먼스마케터가 브랜딩 캠페인을 기획한다면.」中 >> 전문보기
Q. <팀원들을 앞좌석에 태우는 방법.>에서는 쏟아지는 요청과 과업으로 산재한 업무에 정신이 없을 때, 우선순위 선정이나 팀 목표 얼라인 등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론을 제시해주셨는데요. 영진 님만의 이 방법론을 생각하시게 된 배경과 실제 사례가 궁금합니다.
분당에서 대략 10년간 근무했어요. 이곳은 네이버, 카카오 등 IT 회사들과 게임회사들로 넘쳐나죠. 업력이 짧지만 빠르게 성장한 숨은 배경에는 아마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 판교에서 근무할 때 ‘판교어, 판교 사투리’가 있을 정도로 독특한 조직문화가 회사 곳곳에 있었는데, 가령, ‘Jack 님, 오늘 OO을 위한 월간회의는 PPT 여섯 페이지로 Prepare 해주시고, OOO사 아무개 이사님과는 두 번의 사전 얼라인이 되었으니 참고 부탁드릴게요’ 등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더 높은 업무 성과를 추구하는 HR 트렌드로 인해 직급과 호칭없이 상대방을 호명하고, 대부분 국어로 이야기하되 몇 가지 단어는 영어를 곁드리는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행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요. ‘수평적으로 일한다'라는 것은 어떤 프로젝트나 문제에 대해 직급이나 직책의 구분 없이 너도 나도 최선의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결국 조직의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는건데, 3년 차와 6년 차가 직책 없이 OO 님으로 수평적으로 일하는 순간 일의 진행이 정체되거나 차선 또는 민주주의로 의사결정을 추진하게 되기도 해요. 여기서 팀장이나 사수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제시하면, 바로 꼰대로 거듭나기도 하죠.
그렇게 10년을 수평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일했던 제가 다소 수직적인 회사인 패션기업에 조인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시계와 스케줄은 존재할 수 없고, 임원들의 하루와 한 달을 대신 또는 같이 살게 돼요. 전 그래도 좋은 분들을 임원으로 모시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임원들의 시계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문서 작성이나 리포트만 하다 오전 오후 일과를 다 보내게 되고, 정작 제가 혼자 시간을 내고 고민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일은 야근이 아니면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수직적인 조직에서 제 자신이 적응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철벽같은 노하우가 만들어진 셈이고, 그것을 세이션에 와서 퍼포먼스 마케팅팀에 이식시키려고도 노력해 봤어요. 우선순위나 중요도, 단기적인 미션인지 장기적인 것인지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팀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일로 정신없어도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악수는 두지 않는 편이에요.
팀원들을 앞좌석에 태우고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요? 팀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두가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사람이 아닌 트랙과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시작했으며, 청적색의 신호를 구분하며 늘 최적의 상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팀원들을 앞좌석에 태우는 방법.」中 >> 전문보기
Q. <CMO가 원페이퍼로 브랜드 리뉴얼을 구상한다면?!> 해당 글에서는 게재 48시간 만에 115 명 이상이 댓글로 템플릿 공유를 요청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직장인 분들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어떤 사유라도 글과 콘텐츠에 대해 관심 가져 주시는 모습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뜨거운(?) 관심의 사유는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추측해 보면 아무래도 요즘 경제 활동이 많이 어렵기 때문에 현업에 종사하는 저와 같은 많은 분들이 마케팅/세일즈 실적 하락을 체감하실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실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제가 작성한 글과 템플릿이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문제 해결의 시작점으로써 어떤 불씨를 피운 게 아닌가 싶고요.
PPT, Excel 나눔을 해보면 아무래도 Execl 파일의 문서 디자인에 관심 조금 더 많으세요. 템플릿 자체의 일목요연한 비주얼을 신경 쓰기도 하지만 '선과 도형’으로 구조화된 텍스트와 각종 항목을 여러 가지 컬러(셀 음영)로 진단하는 등 그냥 문서 디자인이 예뻐서(?) 반응이 높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열어보고 나서 템플릿에 작성된 텍스트를 모두 살펴보실 수 있어야 보시는 입장에서 맥락 이해와 공감이 더 빠를 텐데, 보안 등의 이유로 디테일을 공유드리기 어려운 점은 오히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주요 내용을 삭제 또는 대체 표현으로 변경한 채로 공유드리기 때문에 막상 열어보시고 나서 맥이 빠지시진 않았을까 염려되네요.
여담이지만(웃음), 템플릿 나눔 요청을 주시는 댓글 작성자분들의 수에 비해 게시글 공감(좋아요)이 적은 편이라 아쉽습니다. 좋아요 한번쯤 눌러주시고 요청 주시면 더 좋을 텐데요! 어쨌든 예상보다 많은 관심과 반응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어떤 형식으로든 템플릿 나눔은 계속 이어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
마케팅 성과 및 시그널이 좋지 않고, 그에 따라 브랜드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것이 필요한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글과 예시 이미지를 통해 한번쯤 점검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CMO가 원페이퍼로 브랜드 리뉴얼을 구상한다면?!」中 >> 전문보기
Q. 앞으로 인플루언서로서 더 나누고 싶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스포 부탁드려요!
정말 쓰고 싶었던 글로 <감정을 덜고 페이퍼를 통해 이성적 면담하기(가칭)>가 있어요. 조직관리에 애를 먹었던 제가 요즘 들어 면담 과정에서 활용하는 어떤 페이퍼가 있는데 핵심은 ‘이성적인 면담은 어떻게 이끌어 가는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에요. 직장에서 면담이라는 게 리더와 구성원 모두 서로 불편한 일일 수 있고, 특히 말하고 듣기 불편한 이야기들은 감정 소모가 심한데, 그런 이염된 감정이 핵심을 왜곡하거나 면담 현장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니까 참 힘들거든요. 감정적인 소모를 최소화한 면담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페이퍼 면담을 통해 약간의 해답을 찾은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이 결국 면담마저 페이퍼로 한다는 거냐라고 웃으실 수 있는데요. 페이퍼워크에 특화된 필진으로서 그 효용에 대해 꼭 공유해 보고 싶어요. 더불어 약간의 스포를 드리자면,
회의실에서 만나서 면담하지만
적어도 십 분간 말하지 않고 준비한 페이퍼를 충분히 읽고 또 읽고
페이퍼로 확인한 내용에 대해 기분 나쁜 감정이 들더라도 이성적으로 말할 준비가 되면 대화를 시작한다.
사실 스포가 글의 핵심이자 전부요, 결론입니다(웃음).
Q. 인플루언서로서 많은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고 계십니다. 기고한 여러 글 중, 영진 님이 스스로 추천하는 나의 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활동 초반 작성했던 <팀원들을 앞좌석에 태우는 방법.>(첫 번째 발행 글)을 꼽고 싶습니다. KT 신수정 부사장님의 <일의 격>이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글을 썼는데요. 아무래도 실무형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 어떤 일이건 구성원들과 시작점에서의 ‘조합과 원칙'을 중시하는 편이고, 이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어야 각자의 R&R을 지키며 동료들과 분업 및 협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란 사람의 직업관이나 업무 스타일을 설명드리기에 가장 적합한 글이지 않을까 싶고 그 어떤 분이라도 새로운 조직에 조인할 때 참고하면 좋을만한 내용이라 추천드립니다.
Q.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말씀드린 <팀원들을 앞좌석에 태우는 방법.>이란 글에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입 닫고 지갑 열면 됩니다’라는 댓글이 기억납니다. 참 웃긴 게, 저도 옛날에 직장 생활하면서 리더이면서도 저런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었는데요. ‘대표님, 그냥 법인카드 주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도 참 많이 했었어요(물론 조심스럽게요!). 그래서 한편으론 저 댓글이 공감되면서도 제 지갑 사정은 얇고, 시스템이니 프로세스니 이런 이야기나 여기서 하고 있고, 약간의 현타가 왔죠(웃음).
Q. 인플루언서로서 양질의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나누기 위해 많은 수고로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인플루언서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A.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은 지금 당장 보다, 나중에 뒤돌아보면 결국 ‘이정표’로써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도 그렇고 ‘ 나 예전에 되게 열심히 했었는데’,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혼자 추억하고 웃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매주 제공해 주시는 인사이트 리포트(인플루언서에게만 제공되는 리멤버 발행 리포트)도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보시고 퍼갔다고?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그럼 다음 콘텐츠는 더 잘 써야겠네’를 다짐하게 만드는 약간의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인플루언서 활동과 리멤버를 통해 되도록 많은 분들께 세이션이라는 회사를 알리고 비록 약한 연대(Weak tie)라 할지라도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기회의 장으로 삼고 싶습니다. 비록 인플루언서라는 부캐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제 직업상 본캐는 세이션에서 CMO와 CSO로 맡은 역할과 책임을 잘 해내는 것이라 마케팅 콜라보레이션, 투자 유치 및 기업 간 시너지 발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또 다른 만남이 있다면 좋겠네요.
그럼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앞으로 더 자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