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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Jun 18. 2021

알 수 없는 글

대단한 글감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안다.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저 꾸준히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요동을 부단히 어루만지고 싶었다. 매일은 할 수 없더라도 꾸준히 쓰고 싶었다. 고마운 마음, 행복한 순간, 때로는 고단한 일상을 똑 오려내어 정신없이 써 내려가다 보면 마음의 체증이 가셨다. 서운했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졌고 아까는 눈치채지 못했던 소중함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방황했다. 분명 내 하루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감정의 굴곡이 심했던 것 같다. 망망대해의 바다를 손바닥만한 돛단배로 혼자 건너겠다고 우겨대는 사람 같았다. 누가 보아도 무리인 일을 혼자 이겨낼 수 있다고 아득바득 억지를 부리는 사람. 대단한 모험가라기보다는 고집불통의 꺾일 줄 모르는 사람.  


역시 세상은 아름다운 거라며, 씩씩했던 다짐은 왜 이리도 쉽고 금방 종적을 감춰버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 상대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밑으로 추락해버리는 마음,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내가 왜 이런 불안정한 감정에 이렇게 주기적으로 잠식되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 감정을 나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람인지, 이런 내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이 못돼 먹은 성격을 조금 고쳐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고 숨이 고르게 펴질 때까지. 늘 그랬듯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을 알지만 말이다.






무언가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글.


그래도 한번 뱉어내고 나니 시원한 구석이 있다. 역시 글감이고 뭐고 마음속이 어지러울 때는 일단 써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글감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이 어지러우면 어지러운 대로. 이 과정도 내 감정의 요동을 어루만지는 일일 테니까.


그런 것이라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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