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에서 헤어짐이 종종 미화될 때가 있다. 이별을 결심했던 수많은 순간들은 희미해지고 그 사람과 나눈 대화, 풍경, 어떤 날의 바람 냄새 등등이 강하게 밀려 들어올 때가 그럴 때이다. 예전의 나는 그렇게 밀고 들어오는 감정들에 힘없이 주저앉아 나를 그대로 파묻어버렸다. 누군가와의 이별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그만큼 더 길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를까? 오늘도 순간 밀려들어왔는데 내가 떠밀려가진 않았다. 다만 다시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과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던,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들을, 외롭고 공허하고 슬프기까지 했던 그 마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