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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하루를 정리하면 삶이 정돈된다

by Remi

연말에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책, 김익한 작가의 『거인의 노트』,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올해의 끝이 보이면 나는 늘 기록장을 펼친다.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보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매년 이 시기엔 ‘정리’라는 단어가 나를 붙잡는다. 공간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관계를 정리하며 조금이라도 단단한 나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김익한 작가의 『거인의 노트』였다. 처음엔 흔한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정리의 기술을 넘어 삶의 태도를 다루고 있었다.


‘공부, 일, 일상, 기록’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체계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하루를 정리하면, 삶이 정돈된다



“하루 종일 분주하지만 무엇을 위해 바쁜지 모르겠는가?”
책의 첫 문장은 마치 내 하루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일하고 집안을 돌보다 보면 분명 하루가 꽉 차는데 그 하루가 나를 더 나은 삶으로 데려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김익한 작가는 말한다.
삶의 중심을 회복하려면 일상을 정돈해야 한다고.
공간을 구분하고 집중시간과 휴식시간을 나누고

삶의 중심이 되는 일을 계속하라고.

단순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엄마로 살아가는 나날은 늘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건 완벽한 분리보다 의식적인 구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를 위한 10분이든 책 한 장을 정리하는 시간이든 그것이 바로 ‘삶을 정돈하는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일하기 싫은 이유를 찾는 일은, 나를 아는 일이다




책의 두 번째 장을 읽으며 오래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만의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 그러나 때로는 그 일이 버겁게 느껴지는 마음.
작가는 이 고민의 핵심을 단순히 피로감이 아니라 ‘의미의 불일치’로 설명한다.


즉, 내가 원하는 것과 지금의 일이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지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병행 전략’을 세워라.
현실을 버리지 않되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와의 일상과 내 일의 균형을 찾는 게 늘 어려웠지만 둘 중 하나를 버리는 대신 병행의 전략을 세우는 게 해답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파트는 기록의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말한다.

“기록은 나를 알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연말이면 누구나 지나온 시간을 정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엇을 더 해야 할까’에 집중할 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지는 않는다.
이때 도움이 되는 도구가 바로 마인드맵과 버킷리스트다.





먼저 마인드맵은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중심에 ‘나’를 두고 그 주변에 내가 한 일, 좋아하는 것, 최근에 집중한 것들을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적는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우선순위와 관심사가 명확해진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는 ‘꿈의 지도’다.
다른 사람의 버킷리스트를 검색하며 부러워하기 전에
‘나는 진짜 어떤 걸 해보고 싶을까?’를 천천히 적어보는 일.
그 단순한 기록이 내 삶의 방향을 정해준다.
책에서는 이 과정을 “삶의 기초 근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생각해 보면 운동도 기록도 결국 근육을 단단히 만드는 과정이다.





나 또한 이 대목에서 유독 마음이 멈췄다.
책 한 권을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게 늘 어려웠는데 작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을 요약하기 어렵게 만드는 건
모든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이 말을 읽고 단단히 묶여 있던 매듭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읽을 때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나에게 남은 문장 하나, 생각 하나를 기록한다. 그것이 나만의 독서 노트이자 삶의 기록이 된다.




생활의 모든 것을 요약하라



책의 중반부에서는 삶을 요약하는 습관이 등장한다.
이 대목이 특히 블로거인 나에게는 깊게 와닿았다.

“삶을 요약해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하루하루를 글로 남기다 보면 내가 무엇에 오래 머무는 사람인지, 어떤 순간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알게 된다.
그건 단순한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나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스토리와 블로그를 내 삶의 공부 노트라 부른다. 아이들과의 여행, 책 이야기, 작은 일상까지 모두 기록의 재료가 된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세 가지 기록 원칙



거인의 노트는 ‘공부’ 또한 ‘정리’의 문제로 본다.
작가는 공부의 핵심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1️⃣ 확실성 —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라.
2️⃣ 요약성 —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라.
3️⃣ 종합성 — 나만의 순서로 다시 엮어라.

이 세 가지 원칙은 비단 공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육아도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친 것을 설명할 때 혹은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쓸 때 이 원칙은 자연스럽게 삶의 구조를 만들어 준다.




신기루가 아닌 진짜 삶에 집중하라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의 삶은 별일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기록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라.”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별일 없는 나날’이라는 말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들과의 평범한 하루, 코코와의 산책, 늦은 밤 한 줄 일기… 그 모든 것이 내 삶의 진짜 이야기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목표보다 중요한 건, 삶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그 질서 속에서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자라난다고.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에

『거인의 노트』는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삶을 구조화하는 철학서이자 ‘나답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실적 안내서다. 책을 덮고 나면 묘하게 정돈된 마음이 든다. 해야 할 일은 여전하지만

우선순위가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며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기록을 멈추지 말자.”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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