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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네상수 Sep 16. 2020

제주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2

집에서 보는 갤러리

ARARIO MUSEUM DONGMUN MOTEL II

예술가는 떠나고 작품은 남는다. 요절한 천재 작가라는 표현은 들을 때마다 예술가는 잃는 것, 앓는 것이 있어야 더욱 유명해지는 것 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회고전이 열리고 회자된다. 그 덕에 구본주를 알게 되었지만 묘하다.

한때 소시민의 고달픈 삶을 표현해 리얼리즘 조각의 차세대 주자였으며 우리네 삶, 역사, 정치, 사회, 가족 등에 대한 뚜렷한 시대정신을 모티프로 진보적인 예술가의 풍모와 기질을 가감 없이 표현한 조각을 남기고 간 예술가 구본주,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2 전관에 꾸려진 그의 작품을 통해 조각이라는 미술의 형태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예감이 들었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큐레이션도 인상적이다. 빛, 조명의 중요성이야 일상에서도 흔히 느꼈던 것이지만 미술관에서 잘 활용된 조명이 더해진다는 것은 작품을 완성시키는 또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관람시간

10:00 ~ 19:00(18:00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입장료(성인)

동문모텔1,2 - 20,000원

탑동시네마/ 동문모텔1,2 - 24,000원 


1F

<구본주 사진들> <구본주 다큐멘터리> <아빠의 청춘II, 2002, FRP> <힘3, 1987, terracotta> <길거리 개, 2002, steel> <미스터 리, 1995, FRP> <세모네 바우, 2003, wood, stainless steel> <로또대박, 2003, wood, stainless steel> <힘2, 1987, bronze>

구본주 사진들
길거리 개, 2002, steel, 30x100x50cm
길거리 개, 2002, steel, 30x100x50cm

21세기를 빛낼 조각계의 별이었으며 90년대 한국 구상조각의 전성기를 이끌어내었던 작가라 불렸던 구본주의 발견이다. 불의의 사고로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야속하게도 떠남이란 감정에 힘을 얻었는지 작품들은 깊이감 있는 슬픔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2F

<아빠의 청춘I, 2000, wood> <데드 마스크, 2003, bronze, steel> <디 엔드, 2002, bronze, stainless steel> <눈

칫밥 삼십년, 1999, bronze> <길거리 개, 2002, steel> <위기의식 속에 빠진 그는, 1999, bronze, steel> <위기의식II, 2000, wood> <위기의식I, 2000, wood> <무제, 2016, mixed media>

아빠의 청춘 I, 길거리개, 눈칫밥 삼십년, The End

구본주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 '아빠의 청춘 I' 이 인상적인 2층 전시장이다. 해학적으로 묘사된 작품은 나무가 가진 매력과 작가의 천재성이 더해져 멀리서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조각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여태 구본주의 작품을 보지 못했었던 것이 이유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상을 반영한 미술 작품에 관한 생각도 든다. 아버지로 형상화되는 소시민의 애환을 표현한 작품이 시대를 지나 2020년   


3F

<파랑새, 1998, bronze, steel> <배대리의 여백, 1993, wood, steel, bronze> <파업2, 1990, FRP> <파고다 공원에 파랑새는 없다, 1992, bronze, steel> <파업1, 2004, bronze> <파업3, 1991, cement, FRP> <1992년 겨울, 1992, wood>

1992년 겨울, 파업2, 배대리의 여백
파랑새, 1998, bronze, steel, 115x30x90cm

함께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나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 취직한 친구 '배대리'의 모습과 그가 미처 채우지 못한 꿈을 그림자 형태의 묵직한 여백으로 표현한 '배대리의 여백''노동자의 깃발은 무엇으로 지켜지는가'라는 소주제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조명에 힘을 받아 더욱 와 닿았던 '파랑새'


4F

<별이 되다, 2003, FRP, dimensions variable>

4층 전시장에 올라오자 밤하늘의 별이 펼쳐진다. 구본주의 유작 '별이 되다'는 FRP에 야광 안료를 섞어 만든 천 개의 샐러리맨 조각들을 설치한 작품이다. 천 개의 불상을 제작하고자 하는 신념으로 하나의 조각에 정성을 담아 각각 다른 형상의 샐러리맨으로 제작하고자 하였으나, 단 3개의 조각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후 유족과 제자, 동료들에 의해 캐스팅한 조각으로 완성되었다.


FRP - 유리 및 카본 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계 복합재료로, 경량ㆍ내식성ㆍ성형성() 등이 뛰어난 고성능ㆍ고기능성 재료이다.


5F

<부부, 2003, wood> <깨소금, 2002, wood> <칼춤, 1994, bronze, steel> <얼굴_노동자, 1990, wood> < 힘1, 1987, wood>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1992, wood, steel> <가족_편안한 귀가, 1992, steel> <집, 1998, steel> <절망, 1999, steel> <이 과장의 40번 째 생일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991, wood, bronze> <미스터 리, 1995, FRP>

깨소금 Happy Happy Married Life , 2002, wood, 25x41x22cm
칼춤, 1994, bronze, steel, 15x15x25cm
부부, 2003, wood, 34x25x50cm
얼굴_노동자, 1990, wood, 32x27x45cm
힘1, 1987, wood, 60x40x87cm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1992, wood, steel, 60x35x45cm
절망, 1999, steel, 75x17x15cm
가족_편안한 귀가, 1992, steel, 140x40x20cm
이 과장의 40번 째 생일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991, wood, bronze / 미스터 리, 1995, FRP

자연광이 더해져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던 마지막 5층 전시장, 작품 '깨소금'의 영문 번역이 Happy Happy Married Life인 것이 귀여우면서도 좋았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있는 부부와 머리띠를 두른 채 일그러진 노동자의 얼굴, 근육의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들과 소매가 아닌 피부가 벅벅 긁혀있는 작품 절망, 아이와 어른의 신발은 하나밖에 놓여있지 않은 가족 등을 통해 직장, 사회, 가족 안에서 겪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초상이었다. 언젠가는 남겨질 가족들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미스터리와 이과장의 좋은 투샷으로


미술관을 위한 미술관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무엇을 위한 무엇은 여러모로 아쉬웠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았지만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인 것 같다. 한 작가가 구축해놓은 세계를 보고 왔고, 온전하게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미술관이 생겼다. 


ps. 아직 잃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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