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네상수 Jan 21. 2021

청주, 淸州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 수장고

인연이 없는 도시와 만나게 되는 순간이 참 좋다. 익숙함에 뭉개진 몸뚱이는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기지개를 켰다. 비행기를 타고 청주에 오게 되다니, 해를 거듭할수록 처음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기 바빴는데 처음인 것 투성이다. 여행의 이유일까 도피의 이유일까? 처음이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내뱉을 수 있을 때에는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다. 바랜 마음을 숨길 수 있는 낯선 도시는 사람과 처음으로 가득했다. 전시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아니었던 것 같다.

마스크가 더운 숨을 거두는 여름, 청주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컸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마당에는 서울관 앞에 전시되었었던 최정화의 작품이 옮겨져 있었다. 사납게 흐르는 땀들을 닦아내고 잘근 깨무는 입술을 마스크에 숨긴 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들어갔다.

물을 한 모금 삼키고 짐을 보관한 뒤 팸플릿을 챙겨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를 마주했다. 사립미술관이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전시가 아닐까 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물건 등을 거두어서 깊이 간직한다는 수장(藏)이라는 뜻에 반하는 것부터가 예술로 다가왔다. 기증 혹은 세금으로 구매한 작품들이 이케아의 가구들처럼 진열되어있다. 다른 전시로 자리를 비운 작품, 보존 작업 중인 작품 등 각자의 이유로 몇몇은 비어있었고 온, 습도 조절을 위한 장비들이 날 좀 보소 하며 자리 잡혀있다.

짧은 코멘트를 덧 붙이며 써오던 지난 후기들과는 다르게 구구절절 사색만 늘어놓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만 처음 보는 전시의 형태에 걸맞은 변명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후기다운 후기였던가 일기장과 비교되는 날만은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떠나지 못하는 익숙한 방구석에서 그때의 시선들을 늘어놓는다. 


국립현대미술관 - 청주관, 1F 수장고

"개방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미술관과 정부·미술은행 소장품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를 공개합니다.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의 기본 구성 요소인 소장품을 수장한 상태로 관람자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방대한 양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 알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주'

'수장고'

하나하나 마주할 때 이질감을 주는 단어들과 함께 했던 여름날이었다.


ps. 겨울에 제철인 나는 여름이 싫다. 싫은 계절에 녹아내리며 옮겼던 발걸음이 후회되지 않았던 청주행이었다. 아마도

매거진의 이전글 국립현대미술관 - 청주관, 보존 과학자 C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