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가 없어질까
2024년이 밝았다. 새해가 밝았다고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년 단위 플랜을 짜는 것은 진작에 그만뒀다. 특히 영화계에 들어오고 나서,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계획대로 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된다고 느껴서 그만뒀다. 계획이라는 세워놓고 지키는 맛이다. 연말이 되어 연초에 짜놓은 계획을 보면서 어떤걸 이뤘는지 보는 맛. 영화계에서는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그만뒀다. 따라서 나의 새해는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지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도 아니다. 우울하게 시작한다는 소리다. 그리하여 연초부터 불만을 털어놓도록 하겠다. 바야흐로 월간 불만 1월호다.
세월호 사고가 나자 정부는 해경을 해체시켰다. 마치 해경이 없어지면 해상 사고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것 마냥. 세상 편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해경을 없애면 해경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하는 다른 조직이 있어야 한다. 불법어선 단속도 해야하고 밀수 등의 해상범죄를 누군가는 담당해야 하니까. 그 역할을 경찰에게 맏긴다느니 하더니 해경은 결국 해체되지 않았다.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인천에서 출발하여 제주도에 가는 배편을 없애버렸다. 아주 최근에야 그 루트가 다시 부활했다. 단순히 없애면 사고가 없어질거라는 사고가 애초에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편한 사고방식은 문제를 해결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나온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해결책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런 복잡한 단계를 거쳤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원래 세상은 복합적인 거다.세상을 바꾸는 것은 법이고, 한번 법으로 정해지면 바꾸기도 어려울 뿐더러 모든 국민의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하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그래서 입법과정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린이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학교 주변 자동차 제한속도를 30으로 제한하기로 하면 모든 운전자가 30 초과로 운전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어린아이들의 교통사고량이 줄어든다면 시행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럼 40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교통사고율을 줄이면서도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최적의 속도는 몇 일까? 이런 식으로 법을 하나 만드는 것에는 고려해야할 것이 수백가지이다.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불법촬영을 잡겠다고 핸드폰 촬영음을 의무화시킨게 2004년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로 위치정보를 파악해 한국과 일본으로 위치가 뜰 때에 핸드폰 촬영음을 강제로 켠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사진을 찍다가 셔터음이 나지않아서 고장났나 했는데, 이런 연유였다. 불법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몇 명이나 될까. 그걸 막겠다고 5천만 인구의 핸드폰에서 강제로 셔터소리가 나게 하는거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캡쳐하고 싶은 문구를 봐도 셔터음 때문에 참아야하는 사람의 수보다 불법촬영자 수가 많을까? 조용한 카페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풍경을 찍고 싶은 사람의 수보다 불법촬영자 수가 많을까? 카페에서 조용히 책을 읽다가 셔터음 때문에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사진을 한 두장만 찍는것이 아니라 몇십장을 연속으로 찍는다. 본인의 셔터음이 주변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아예 생각을 못하는 건지, 미친듯이 찍어댄다. 그런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카페 여기저기를 다니며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카페에 셔터음이 가득하다. 핸드폰에 해당하지 않기에 셔터음 의무가 없는 핀홀 카메라, 소형 와이파이 카메라는 셔터음이 나지 않는다. 이런 제품은 합법적으로 판매가 되는데 핸드폰 셔터음은 강제로 켜야되는게 웃기지 않나?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게임을 마약이나 질병으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게임을 즐기는 인원의 절대다수가 청소년이 아닌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면서 게임을 규제하려는 처사, 어디서 많이 본 것 아닌가? 제대로된 성교육도 시키지 않는 나라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포르노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촬영물이 올라온다고 성인사이트에 성인도 들어가지 못하게 https 차단을 시키는 나라다 이말이야.
파리에서 길거리를 걷다가 쓰레기통을 보면서 반갑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오니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란 공중전화 찾기나 다름없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는 나라, 쓰레기는 유료다. 공짜로 버리게 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쓰레기통을 없애버렸다. 그런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나. 생활쓰레기를 가지고 나와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들 때문이라는데 그런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될까. 그 사람들이 무료로 버린 쓰레기의 액수가 얼마나 클까. 서울시 기준 20리터 종량제 봉투 가격은 500원도 하지 않는다. 쓰레기통을 없앨게 아니라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했던게 아닐까.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길거리가 지저분해 진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도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식을 고민하자. 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