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에 대하여

역시 바뀌지 않는다

by Renaissance

영화 얘기가 아니다. 실제 암살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있는 사람을 살해하려는 행위를 암살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처럼 유명인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는 행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유명 정치인에 대한 암살 시도는 익숙치 않다. 박정희는 김영삼과 김대중을 암살하려고 했고 본인은 김재규에게 암살당했다. 언제적 이야기냐. 옛날 이야기로만 간주되던 그런 암살을, 2024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마주할 줄이야.


국회의원이 암살당할뻔 했다.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암살당할뻔 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난리가 날 사건인데 세상이 조용하다. 자작극이라느니,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이나, 칼에 찔린 자상이 아니라 칼이 스친 열상이다, 부산대에서 왜 수술을 안 했냐, 왜 헬기로 이송하냐 등 언론이 이번 암살 시도를 다룬 기사가 이런 내용이다. 누군가가 국회의원을 죽이려고 했는데 아무도 그 심각성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안 죽어서일까? 암살 시도만으로 세상이 뒤집어질만한 일 아닌가?


국회의원에 대한 암살 시도만으로 난리가 나야 할 일이다. 근데 그냥 국회의원이 아니라 야당 대표다. 그냥 야당 대표도 아니고 여소야대 국면의 거대 야당 대표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다. 그럼에도 세상은 조용하다. 왜냐. 언론이 별일 아닌 것 처럼 다루고 있으니까. 정상적인 나라였다면 모든 국가 행사가 취소되고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에게 설파할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언론은 24시간 중계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행사는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발표하지도 않았다. 그럼 언론이 들고 일어나 왜 아무런 대책이 없냐고 달려들어야 할 테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이전 글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그게 증명되었다.


언론이 이런 상황인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SNS와 인터넷 언론과 방송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빠진다.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다. 그런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살아남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한다. 경쟁자가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라 인터넷 포털, 매체, 개인 유튜버이니까. 그런 나라는 극우가 득세한다. 유럽에는 극우 정치인이 속속 당선되고 있고, 미국은 이미 극우 대통령을 뽑았고 다음 대선도 그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 민주주의의 함정이다. 합리적 사고가 결여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극우가 득세한다. 히틀러도 투표로 당선되었다. 극우가 득세하면 안 되는 거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을 봐라. 극우 정치인이 총리가 되면 아주 높은 확률로 전쟁이 발발한다. 이들은 본인의 권력 연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히틀러가 괜히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게 아니다. 러시아가 괜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게 아니다. 국민이 균형잡힌 시각을 잃으면 극우 지도자를 선출하게 되고, 다같이 망하게 되는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언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스스로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데 따지고 보면 후자가 더 어렵다. 한마디로 망했다. 우린 인류 문명의 멸망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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