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주거형태에 살았다. 지방에서 세 동네, 서울에서 여섯 동네, 해외 3개국 정도. 3층 아파트, 15층 아파트, 24층 아파트, 1층 단독주택, 3층 단독주택, 빌라, 원룸, 기숙사, 투룸 등. 등 이라고 쓴 이유는 특이한 주거형태에서 거주해본 적도 있지만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곳 들도 있기 때문이다. 20인 내무실이라던가, 저택 다용도실이라던가. 생각해보면 동네 커뮤니티가 있었던 것 같다. 서울을 제외하고. 동네 커뮤니티가 서울에도 있었을 거다. 내가 경험해보기 전에 사라졌을 뿐.
지금은 아파트에 사는데 혼자 살기도 하고 내가 여기 평생 살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가구를 들이지 않았다. 구옥에서 쓰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 살고 있는데 전주인이 놔두고 간 소파가 항상 아쉬웠다.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는 편할만한 미니 3인 소파다. 내가 앉으면 등받이가 내 어깨까지 오지 않고, 좌로 누우면 다리를 쭈욱 펴지 못한다. 손님으로 오신 여성분들은 이 소파를 좋아하시더라. 남성분 중 이 소파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파란 자고로 앉았을 때 내 몸을 다 받쳐줘야 제맛이고 잘 시간이 아닌데 침대에 눕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누울 곳을 제공해줘야 한다. 항상 아쉬움이 있었지만 새로 살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저냥 지내는데 오늘 누군가가 대형폐기물로 내놓은 소파를 보았다. 들고 올라올까 말까를 몇 십번 고민했다. 혼자 들 수 있는 사이즈였으면 들고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불러서 가지고 올라와야 하고 내 소파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결국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 보다. 그러다 문득, 왜 이 아파트는 동네 커뮤니티가 없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 소파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어도 고민을 하게 됐던 건 사이즈가 거실에 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집과 같은 평수의 같은 사이즈의 거실에 있던 것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커뮤니티가 있었다면 버리기 전에 커뮤니티에 물어봤을 것이다. 이 소파를 버리려고 하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느냐고. 같은 사이즈의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 서로에게 맞춤 가구 아닌가.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시간을 협의해 두 사람이 같이 옮기면 된다. 대형폐기물 비용도 절감되고, 옮겨줄 사람의 삯도 절감된다. 다양한 아파트 커뮤니티 앱이 있고 관리비도 그런 앱을 통해서 내지만 커뮤니티가 활성된 곳은 없다. 당장 옆집 사람과도 인사를 안 하는데 그런게 활성화 될 리가. 처음 이사왔을때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마다 인사를 드렸는데 대부분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옆집 분에겐 세 번 정도 시도했다. 끝까지 눈도 마주쳐주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커뮤니티의 존재가 필요없다면 그러려니 넘어갔을 거고, 글도 안 썼을 것이다. 미친놈을 만날 확률을 감수하느니, 남의 이상한 오지랖을 견뎌내느니 혼자인게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 어느때보다 활황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인터넷에선 그렇게 열심히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전멸한 것이다. 그 빈틈을 치고 나온 서비스가 당근이었고, 당근은 동네기반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장 1등이 되었다. 당근을 통해 동네 분들을 만나본 적도 있지만 이질감이 들었다. 온라인 그룹의 오프라인 미팅의 느낌도 아니었고, 동네 커뮤니티 모임의 느낌도 아니었다. 당근은 이도저도 아닌 그 사이 딱 그 느낌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다시 안 만날 사람처럼 행동하지도 않지만, 정말 가까운 동네 주민처럼 행동하지도 않는다. 어느 쪽에 더 가깝냐고 물어본다면 온라인이라고 하겠다.
동네 사람들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더 편하게 느끼는 2024년의 사람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알더라도 인사를 안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매일 접속하는 사람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혼자 살 수 없어 다른 이를 찾지만 그 찾는 곳이 더이상 오프라인 세계가 아닌 온라인 세계인 지금 시대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안 하는 사람이 있다아아아아?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와야 할 것 같은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지 않고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찾고 있으니 내가 정말 늙은 느낌이다. 이러다 태극기 들게 되는건가. 늙었다고 욕 먹을 지언정 이게 정상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만 존재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