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한 존재이고 자유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VS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둘다 맞는말처럼 써보았다. 포장하기 나름이니까. 인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은 통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줘야 한다. 어느정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어느 정도로 통제할지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통제가 과해지면 전체주의로 가게되고 시민은 자유를 잃는다. 반대로 자유가 과하면 영주와 호족같은 세력이 커지고 국가는 망한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좌우로 구분하는 정치성향의 좌는 통제쪽이고 우는 자유쪽이다. 좌는 따라서 사회민주주의 체제처럼 국가가 부를 통제하여 균등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선호하게 되고, 우는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 이 글은 어느 쪽이 더 맞냐는 글이 아니라 왜 성향과 반대되는 것을 주장하는지에 대한 불만 글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오랫동안 통용된 단어가 '코리안 디스카운트'이다. 나라의 경제발전과 주가가 궤를 같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동안 엄청난 발전을 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위상이 바뀌었음에도 코스피는 그대로다. 진짜로 10년 전과 코스피 지수가 똑같다. 말도 안 되는 현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자명하다. 북한? 아니다. 북한은 이미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져서 북한을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없다. 코스피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시장이 투명하지 않아서이다. 재벌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시장이기에 주가 예측이 쉽지가 않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계열사를 차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계열사의 주가를 올린 후 주식을 팔아치워 돈을 마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식이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정치권에 뇌물을 주고 국민연금 돈을 이용해 지분을 확보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 나라다. 분식회계를 해도 감옥에 가지 않고, 감옥에 간다고 해도 곧 사면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를 어떻게 예측하나.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시장경제의 모태인 미국은 이사회가 회사 대표를 마음껏 자를 수 있다. 따라서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게 불가능하다. 이사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내 자식이니까 내 경영능력을 그대로 유전받았을 거라고? 그럼 그 자식이 어떤 경영 성과가 있었느냐고 증명하라고 할 것이다. 경영능력은 유전되는 성질이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열사를 차리면 이사회가 들고 일어난다. 회사 경영에 해당 계열사가 어떤 도움이 된다고 그런 계열사를 세우는 거냐고. 이사회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절대 개인이 거대 기업을 소유할 수 없다. 상장 회사라면 말이다. 상장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지분률 좀 높다고 개인이 상장회사를 사유재산처럼 생각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럴거면 상장을 시키질 말던가. 분식회계는 어떤가. 미국은 몇십년 형을 때려버린다. 시장 교란 행위에 자비란 없다. 그래서 미국 주가지수는 나라의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이 처음부터 그런 시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다. 시장에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시장의 질서를 지켜준다는 헛소리다.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으면 독점 기업이 생겨난다. 거대 자본이 너무도 유리한 판이기 때문에 하나의 거대 자본이 시장 전체를 잠식해버린다. 독점이 일어난 시장에는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불가능하고, 경쟁자가 없어진 독점 기업은 횡포를 부린다. 이미 역사적으로 자유방임주의는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독과점 금지법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자본은 계속 더 많은 자본을 쫓기 때문에, 통제를 통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미국을 따라하려는 한국이 유독 시장만 따라하질 않는다. 정치인들은 시장경제랑 자유방임주의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규제 철폐를 외치기 전에 주식시장의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있으나 마나한 이사회를 파워풀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과연 내가 죽기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
반면에 예술은 철저한 규제 대상이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고, 대중문화는 작은 결실을 맺었다. 그 전에는 이미 만들기 전부터 심의를 받아야 했고, 만들고 나서는 철저하게 칼질을 당했는데, 그것이 없어지자 퀄리티가 확 올라간 것이다. 그렇다고 심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모든 대중 예술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 자율 심의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국가의 통제나 다름이 없다. 예술 시장에서 규체절폐를 외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심의가 과도하다고 심의를 없애자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여전히 예술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주식시장은 재벌이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서, 왜 예술을 가지고 이럴까. 예술이 시장보다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까? 현실은 정 반대다. 시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직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가 비단 인간의 욕망만 문제일까? 주식시장이 투명하지 않으니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을 하게되고, 주식시장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모두 부동산에 몰리니까 우리나라 부동산이 이 모양인거다. 합계출산율이 최저를 찍은 것도 부동산 때문이다. 규제해야 할 기업활동은 가만히 내비두고, 더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창하면서, 합계출산율이나 월급과 하등의 상관이 없는 예술만 규제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야할까.
규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해야할 사람들이 규제를 풀자고 하고, 정작 규제가 필요없는 것에는 규제를 한다. 시장에 맡겨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왜 예술은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거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