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노트북만 두드려대니 몸이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했고 나름 극약처방을 한 것이었다. 하도 운동을 안 해서 친한 언니와 내기를 했다. 나는 매주 3회 이상 건강한 걸음 8 천보 걷기! 언니는 자전거 30분 타기! 약속을 못 지킨 사람은 일주일에 만 원씩 내기로 하고 벌금을 적게 낸 사람에게 원피스를 사주기로 했다. 모은 벌금으로 말이다. 2020년의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맞을 것이다. 사람들은 걷는 것으로 살이 안 빠진다고 비웃었다. 그런데 몇 달 꾸준히 걸으니 체력이 붙는 것이 느껴졌다. 살은 빠지긴 빠졌는데 빠졌다고 하기엔 너무 어이없을 정도만 빠졌다. 그 대신 체력을 얻었다. 그렇게 열심히 걸은 지 100일이 지나 남편과 인제 자작나무숲에 갔다. 남편이 항상 나보다 체력이 좋았는데 그날은 남편보다 내가 더 잘 올라갔다. 내가 앞서서 천천히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며 산에 먼저 올라 자작나무다! 하고 외친 것이다. 걷는 것은 최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도무지 걸을 수 있는 시간이 나지 않았다. 내 몸은 점점 더 부풀었다.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어 헬스장에 다녔다. 다닌 지 한 달 반 만에 임신 사실을 알았다. 정말 열심히 걷고 뛰고 기구를 들어 재꼈는데 임신이라니! 그렇게 나는 운동을 그만뒀다. 일하며 임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살이 많이 불지 않도록 노력하며 지냈다. 다행히 미친 듯이 살이 찌지 않았고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 조리원에 가서 임신 기간 찐 살을 모두 뺐다. 허나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살이 안 빠졌다. 어쩌지 어쩌지 하며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출산한 지 100일째여서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뼈와 뼈가 만나는 지점이 쓸리는 느낌이었달까. 한 달 뒤에 실내 자전거를 타봤다. 또 그 느낌이 났다. 뼈와 뼈가 만나는 지점이 기분 나쁘게 쓸리는 느낌! 쇠랑 쇠가 부딪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또 멈췄다. 그렇게 출산 200일이 지났다. 살살 걸어봤는데 오? 괜찮다! 그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왕복 2km 정도를 걸었다. 그것만으로도 지쳤다. 조금만 무리한다 싶으면 뼈가 바로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몇 주 걷고 나니 체력이 살살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4km에 도전했다. 오~ 된다 된다! 그런데 걷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힘든데 무슨 한 시간 걷기냐! 오늘은 딱 1km만 걷고 집에 갈까 싶었다. 그래도 참았다. 저 다리까지만 가보자 하고 그 다리에 닿으면 저기 저~ 다리까지 가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걷다가 3km 구간을 통과하면 희한하게도 개운해졌다. 3km의 마법이랄까? 그 마법은 몸의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이 들게 했고 온몸에 땀을 흠뻑 적시게 해 줬다. 나도 모르게 아~ 개운하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터닝포인트를 돌면 갑자기 집에 가고 싶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마을버스를 타고 싶다! 이 하천을 탈출해 택시라도 타고 싶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다독여서 더 빨리 걷다 보니 이젠 어느 순간 뛰게 됐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나를 뛰게 한 것이다. 그렇게 걷다 뛰다 보면 우리 집이 나왔고 나의 스마트워치에 왕복 6km의 대기록이 완성돼 있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나에게 주변의 잔소리꾼들은 말한다. 걷는 거로 살이 안 빠진다. 무거운 걸 들어야 한다. 식이요법이 최고다 어쩔 시구 저쩔시구 죽지도 않고 또 등장한 묻지도 않았는데 내 말 들어봐 타령이다. 나는 생각한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고 그 방법은 내 몸이 안다고. 나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내 몸은 걷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걷는다. 살이 좀 천천히 빠지면 어떠냐 빠지기만 하면 됐지!
친구가 사준 스마트워치. 걷기 운동을 하는 나에게 정말 신세계를 알려주었다.
며칠 전에 어떤 연예인의 인터뷰를 봤는데 자신이 40kg대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비법은 건강하고 싶어서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마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안 되는 느낌이 싫어서, 내 몸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무게를 유지한다고 했다. 맞다. 살 빼는 것도 건강하기 위함인데 스트레스 팍팍 받으면서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스트레스를 살짝 받는 선에서 걷자. 운동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다. ‘운동하기 싫어’의 상황에서 임계점을 돌파해야 아~ 잘 나왔다~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는 조금만 받는 선에서 내 몸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자!
걷다 보면 돌틈에 자라고 있는 민들레까지 눈에 들어온다.
아! 걷기 전에 꿀팁! 미끄럼방지 양말을 꼭 신을 것! 평범한 양말을 신다가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으니 물집 잡히는 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발톱을 잘 깎자! 발톱이 길면 걸을 때 신발에 밀려서 아프다. 그러니 발톱을 잘 깎고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어야 한다. 걸을 땐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도 지켜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 구부정한 자세로 걷게 돼서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음악 듣는 것은 개인 취향이지만 나는 속도를 잘 유지하는 날엔 음악을 듣지 않았고 걸으면서 속도가 떨어지는 날이다 싶으면 빠른 음악을 들었다. 이정현의 바꿔나 와가 특히 좋았고 블랙핑크 노래를 랜덤으로 틀어놓고 노래 중간이나 끝부분에 긴 반주가 나오면 그 즉시 뛰었다. 모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있으니 좋은 비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의 마무리, 걷자! 3km를 통과하면 개운하다! 나의 목표는 올해가 가기 전에 매일매일 꾸준히 10km를 걷는 것이다.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