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하 Dec 05. 2023

5천 원 이하의 생일 선물을 준비해 주세요!

-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는 생일파티! 이젠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유치원에서 둘째가 생일파티를 하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받아온 선물 자랑에 한껏 들떠 있다. 쇼핑백에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써주신 편지, 생일파티 왕관, 선물이 담겨있다. 생일파티를 위해 아침부터 외할머니 집에 가서 머리도 예쁘게 올리는 등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하고 갔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하루였던 것 같다.

생일파티 사진을 보니 재밌다.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친구들은 자기가 제일 잘하는 장기를 하나씩 보여주는데 오늘은 줄넘기, 농구, 노래 부르기가 등장했다. 여기에서 잠깐 의아해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농구? 농구를 어떻게 보여주지 궁금하실 테다. 파티 사진을 보면 농구대가 옆에 있어서 슛을 하는 장면이 있다. 너무 귀여운 사진인데 공개를 못해서 아쉽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최선을 다하려는 표정이 보이는데 모두 정말 즐거워 보인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이다. 다른 친구 생일일 때 딸은 태권도를 장기자랑으로 보여줬다고 한다. 친구 생일에 웬 발차기인가 싶지만, 사진을 보니 생일을 맞이한 친구는 행복해 보이는 듯하다. 유치원 생일파티 사진을 보다 보면 ‘맞아, 생일은 축하를 해주는 날이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0살의 막내가 어린이집을 다닌 지 꽤 됐다. 뒤집기도 못 하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생일파티를 위해 5천원 이하의 선물을 사 오라는 첫 번째 공지를 무시했었다. 누워만 있는 애도 생일파티에 참여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물을 사 가는 것이 맞다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보냈다. 그런데 왜 선물을 사가야 하는지 하원할 때 알았다. 답례품이 왔기 때문이다. 맙소사. 생일파티 선물도 답례를 해야 하는 건가?

어린이집엔 아이들의 숫자가 꽤 돼서 그런지 선물을 사 갈 일이 꽤 있었다. 그때마다 답례품이 왔다. 선물을 받을 때마다 부담감이 넘실댄다. 나는 뭘 보내지. 우리 아이 첫돌엔 그냥 떡을 돌리려고 했는데 괜찮을까 싶다. 최근에 첫돌을 맞이한 친구의 답례를 보니 핸드워시가 들어있었다. 아. 떡은 시대에 뒤처지는 건가. 난 떡이 좋던데. 아직 몇 달은 남은 일의 이야기니 나중에 고민하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째와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친구들 선물을 준비해야 했었다. 그땐 답례품은 없었지만 2천 원 이하의 선물을 찾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보낼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 선물 준비라는 것도 엄마의 몫이었다. 아이와 같이 고르러 가봤자 돈을 내는 것은 결국 부모였으니 아이가 주는 것은 아니었다. 또, 공지라는 것이 하루 전날 갑자기 오곤 해서 일하는 나로서는 선물 구하는데 너무 힘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생일 일주일 전에 공지해 달라는 건의도 냈었다. 이러나저러나 선물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엄마의 몫이니 말이다. 나는 포장도 잘 못해서 네모 반듯한 선물을 보내지 않으면 포장이 엉망일 때가 많았다. 아, 이 사소한 것이 이리 사람 마음을 쓰이게 할 줄이야. 그래서 더더욱 유치원 생일파티가 소중해진다. 친구에게 축하해 주기 위해서 자기가 지금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는 생일파티! 이젠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곧 결혼 10년 차, 설렘은 가고 안정감이 찾아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