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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하 Dec 26. 2023

일본에는 노키즈타임이 있어요!

- 17세 이하의 친구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말이에요~

사진 출처 : Pixabay

6세 어린이를 데리고 미국 JFK 공항에서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했을 때의 일이다. 장시간 비행을 마친 터라 피곤했는데 일본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였다. 어디 가서 자고 싶은데 오후 3시에 김포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시간이 애매했다. 숙소를 잡아서 체크인한다 해도 오전 11시에는 체크아웃해야 할 텐데 그건 돈이 너무너무 아깝다. 도대체 어딜 간담. 검색해 보니 자주 가던 온천이 밤새 영업해서 오전 9시에 마감한다고 한다. 오예! 온천이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자! 딸과 함께 신나서 도쿄돔 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갔다. 그런데 입구에서 직원이 난리가 났다. 어린이는 출입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오고 싶으면 11시 영업 시작에 오라나? 헐. 새벽에 어딜 간담. 다른 온천은 괜찮을 줄 알고 전철을 타고 신주쿠로 이동했다. 이번엔 목욕할 수 있으리라! 신나서 들어갔는데 헉! 여기도 어린이는 안된단다. 딸의 입이 삐쭉 나왔다. 왜 어린이는 목욕할 수 없냐고 울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자주 가던 신주쿠 가마메시집으로 가서 다시 작전을 짰다. 밥을 먹고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온천으로 가자! 온천은 안 돼도 어린이의 식당 및 카페 출입은 가능했다. 희한하네.    

온천 홈페이지에 설명된 영업시간. 6~17세 손님은 보호자와 함께 이용해야 하며 11시부터 18시까지만 출입 가능하다.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일본엔 청소년과 관련된 조례(青少年の健全な育成に関する条例)가 있다고 한다. 아마 그것 때문에 출입이 안 된 것 아닐까 추측했다. 그래서 도쿄도의 조례를 찾아봤더니 웬걸? 오후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심야 외출이 제한된다고 쓰여 있다. 그러면 우리 딸은 왜 온천에 못 들어간 걸까. 살펴보니 온천 시설 규칙을 그렇게 세웠기 때문에 출입할 수 없었다. 0~5세 아이는 미끄러지는 등의 안전사고 때문에 아예 출입할 수 없었고 6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온천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온천뿐만이 아니라 노래방이나 오락실도 오후 6시까지만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보니 저녁 먹기 전까지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것 같다. 아무튼, 최대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시설규칙을 정해놓았다. 아! 식당은 오후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도 오후 10시까지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자가 처벌받기 때문에 오후 9시 45분까지만 일하고 오후 10시 전에 시설을 떠나야 한다. 궁금해서 한국의 청소년 보호법도 찾아봤다. 심야 외출 금지시간은 없다. 아르바이트는 잘 모르겠다. 정보를 못 찾겠다.

일본의 경우, 심야 외출 금지시간에 아이들이 돌아다니면 경찰이 데리고 가서 부모에게 전화해 인계한다고 한다. 오우, 빡빡하다. 아무튼,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일본 친구가 말하길, 일본 사람들은 심야 외출 금지시간에 아이가 돌아다니면 부모와 함께라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잠잘 시간인데 왜 돌아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선입견 같은 것이 있다나. 아, 그런 문화가 있었구나. 온천에 어린이가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이 있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법도 하다. 아무튼, 노키즈타임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것이다.  

한국은 노키즈존이 있다. 어린이의 안전 때문에 있는 곳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해당 시설의 손해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곳이 더 많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돌보지 않은 부모, 예의 없는 부모, 사고가 나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안하무인 부모 때문에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린이들의 출입을 막는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오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를 방치해서 사업주에게 손해를 끼친 부모를 쫓아낼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카페에서 기저귀를 가는 엄마를 쫓아내거나(어우, 나도 애가 셋이지만 똥은 똥이다. 화장실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식탁 앞에서 하고 있나), 아이가 시끄럽게 소리 질러서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면 쫓아내거나, 시설을 망가트렸을 때 그 손해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게 하면 되는 것인데 왜 무조건 아이를 못 오게 막을까. 아이를 못 오게 막아버리면 오히려 안하무인의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지 않은 채 그 사업주가 나쁘다고 몰아갈 뿐이다. 그러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노키즈존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며 결정을 철회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음에도 노키즈존에 관한 논란은 여전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렸던 곳이 갑자기 생각났다. 야외에 시설물을 설치해 놓은 곳이었는데 여전히 노키즈존인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시설물은 해외에서 온 작가의 작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쓰여 있는 문구. 반려견은 매주 수요일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문장이었다. 아,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이제 강아지만도 못한 처지에 놓였구나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사실 노키즈존의 문제는 어린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그들을 데리고 다니는 보호자의 문제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해 볼 지점이 있다. 노시니어존에 관한 것이다. 노인들은 본인 스스로가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인데도 출입을 거부당하는 것이다. 40대 이상 출입금지 구역도 있다 하니 이제 한국 사람들은 여기저기 선을 그어서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 같다. 시체처럼 뮤지컬을 봐야 하는 문화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공공장소에선 네가 1mm라도 움직이는 걸 용납할 수 없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매우 편협한 것이라고 CNN*이 지적했다.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편협함이 아니라 내가 돈을 내고 편안하게 무언가를 누릴 자유, 영업의 자유라고 표현한다.

      

일본인 친구가 웃으면서 말한다. “한국은 이제 20대부터 59세까지만 살 수 있는 나라가 된 거예요?” 그런 것 같다. 한국은 이제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들은 집에서만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저출생이 흑사병보다 심각하다고 하니 우린 이제 서로를 혐오하며 자멸하는 길만 남았다. 우리는 알고 있을까.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피 흘리며 싸워온 인권이라는 소중한 개념이 무책임으로 인해 혐오로 범벅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CNN기사

https://edition.cnn.com/2023/06/24/asia/south-korea-no-kids-zone-intl-hnk-ds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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