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났던 여름 교토 3박 4일 여행!
샌드위치 데이에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급하게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표.
표를 구하고 난 뒤 하루하루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매일 퇴근 후 늦은 밤,
잠들기 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디를 가야할지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오사카에서 3박 4일을 지내고 교토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려 했다.
그런데 계속 알아볼수록 교토라는 도시가 더 매력적이게 느껴지더라.
고민 끝에 3박 4일 모두 교토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운좋게도 교토에 머물렀던 3박 4일 내내 쾌청한 날씨였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두둥실, 내리쬐는 햇살은 길목마다 가득했다.
벚꽃이 피지도 않았고 단풍이 들지도 않았던,
나름 비수기라 생각했던 더운 초여름날!
하지만 교토에는 비수기라는 개념이 없는가보다.
사람들이 넘치게 많았다.
가모가와 실개천의 낮과 밤.
낮에는 햇살을 받아 실개천이 별조각을 뿌려놓은 듯 반짝였다.
밤에는 반딧불이가 떠다니며 어두운 밤을 밝혀주었다.
기온 거리 골목마다 조그만 술집들이 가득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술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무척 활기차보였다.
교토에서 머물렀던 곳은 청수사 근처에 있던 어느 게스트하우스였다.
대만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그들의 따뜻한 환대와 친절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교토의 여름 풍경.
벚꽃이나 단풍은 없었지만 초록빛으로 물든 교토도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여름을 알리는 수국,
하늘하늘한 푸른 꽃잎들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
청수사에서 산넨자카, 니넨자카까지는 걸어서 금방이다.
기나긴 계단 좌우로 옛 건축물들이 늘어서있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일본에 왔음을 더 실감나게 만들어 주었다.
군데군데 자리잡은 샵에 들어가 기념품들, 먹거리들을 구경하다보면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이번 교토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하라(大原, Ohara)'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이다.
오하라로 가기 위해서는 교토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여를 이동해야 한다.
푸른 이끼 사이로 신비로운 동자승이 웃음짓고 있던 산젠인,
그리고 액자정원으로 유명한 오랜 고목이 버티고 있는 호센인에 다녀왔다.
고요한 초록빛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교토 시내와는 달리 사람들이 적어 번잡스럽지 않았다.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을 눈 앞에 두고 쌉싸래한 말차를 마셨다.
한참을 머물며 음악을 듣고 일기를 쓰고 사진도 찍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황색 토리이로 가득찬 신비로운 여우신사.
수많은 인파를 피해 계속해서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홀로 남게된다.
끝 없어 보이는 토리이의 끝은 어디일까?
다음번에는 꼭 끝에 올라보리라.
가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았는데 여행은 언제나 생각대로 흐르진 않는다.
때로는 틀어진 계획 덕분에 더 좋은 추억을 얻게 되기도 한다.
교토에서의 3박 4일도 그러했다.
좋은 사람들, 좋은 풍경들과 음식들을 만났다.
또 다시 찾을 다른 계절의 교토를 고대하며,
여름날 교토와는 아쉬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