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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07. 2018

여름 _ 기요미즈데라에서 산넨자카, 니넨자카까지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내려 곧장 하루카를 타고 교토역으로 왔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스트하우스에 캐리어를 맡겨두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교토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교토타워


그런데


혼자 여행왔는데 갑자기 둘이 되었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친구.


어쩌다보니 동행이 되었다.


하루동안 교토 버스 무제한 탑승이 가능한 원데이 패스


버스 안에서 내 옆에 서있던 일본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일본어로 말해서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난 한국인이다. 일본어를 못한다.'


그리 이야기하니 그 때부터 어설픈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일본어를 못해서 영어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영어를 못했고 서로 소통이 힘들었다.


짤막짤막한 영어 단어들로 이야기했는데 어찌저찌 말이 통하는게 신기했다.


분홍꽃이 가득 피었다


교토에 도착한 첫 날,


숙소에 짐을 풀어두고 제일 먼저 찾아가려고 했던 곳은


기요미즈데라(청수사).


마침 이 친구도 기요미즈데라에 가는 길이었기에 같이 가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잠깐 같이 들러 캐리어를 맡기고 길을 나섰다.


구글 지도를 보며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10분도 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일본 최대 높이의 삼층탑


기요미즈데라!


'물이 맑은 사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토와 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입장료는 400엔.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니 서둘러 왔다.


표를 받아들었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새파란 하늘과 주홍색 사원의 모습,


내 눈으로 보이는 장면과 똑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사원의 입구인 인왕문을 지나간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교토 명소 다운 인파였다.


날이 좋은 날


빨려들 것 같은 파아란 하늘과 주홍색 사원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화사했다.


그런데 여름이긴 여름인가보다.


그늘을 벗어난 유월의 교토는 무지 더웠다.


큰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는 기요미즈데라
나무 비계가 드리워져있다
주홍빛 삼층탑이 보인다


나무 비계들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청수사 본당의 보수공사가 2020년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 오면 입장권에 보이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을런지?


빨간 모자와 턱받이를 한 지장보살


기요미즈데라는 헤이안 시대 8세기경 엔친 승려와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라는 무사가 세운 것이다.


사원 건립에는 이야기가 하나 얽혀있다.




어느 날 다무라마로가 임신한 부인의 기력 보충을 위한 사슴피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

그는 오토와 산기슭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중 엔친 승려를 만나게 된다.

어찌 이런 곳에 홀로 있는가 다무라마로가 엔친에게 물었다.

엔친은 교에이라는 고승이 자신에게 천수관음상을 부탁하고 떠났기에 자신이 남아 모시는 중이라 답하였다.


집으로 돌아간 다무라마로는 부인에게 산중에서 만났던 승려 이야기를 전했다.

부인은 자신을 위해 남편이 살생을 범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 참회를 위해 그곳에 사원을 짓자고 이야기한다.

다무라마로는 엔친에게 돌아가 그 자리에 큰 사원을 지었고 그의 부인은 무사히 순산하였다.




이 사원이 바로 기요미즈데라이다.


건립에 얽힌 이야기 때문일까?


일본 사람들은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기요미즈데라를 찾는다고도 한다.


본당을 지나서 길을 따라 걸었다.


이윽고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때는 한여름, 초록 잎파리들로 물든 산기슭에 자리잡은 사원이 신비롭다.


지장보살의 모습들


빨간 모자와 턱받이를 한 지장보살들.


일본의 설화 속에서 지장보살은 부모보다 앞서간 아이들이나


미처 세상빛을 보지 못한 아이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민중들은 이렇게 지장보살을 세워두면 아이들이 구원받는다고 믿었다.


지장보살에 빨간 모자와 턱받이는 악귀를 쫓는 의미라 한다.


한여름의 푸른 수국


교토의 여름


송글송글 푸른 꽃잎들이 초록 잎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름이 한창일 때는 기요미즈데라에 수국이 가득일 것 같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다 보이는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계단 좌우로 점포들이 늘어서있다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돌계단에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전해진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3년(산넨), 2년(니넨) 안에 죽는다는 것이다.


에이,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하면서도 조심히 계단을 걷게 된다.


정원 장식 용품들
간장 소스를 바른 떡꼬치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박으로 만든 호리병들


이 호리병들은 무엇인고 하니


계단에서 넘어진 사람들을 위한 액땜(?) 용품이라고 하더라.


계단에 얽힌 이야기가 너무 잔혹하다고 느꼈는데


호리병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저물어가는 하루.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여기저기 상점들을 기웃거렸다.


조그만 기념품들을 사고 시원한 말차도 마셨다.


출출해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 만난 일본인 친구와 이제 어디갈까 이야기하다가,


식당들이 많은 기온 거리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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