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북부의 한적한 마을 오하라.
오하라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산젠인이었다.
파릇한 이끼들로 가득했던 산젠인을 둘러보고난 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호센인이다.
산젠인에서 나와 천천히 걸어 호센인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호센인으로 가는 길
내리쬐는 햇살에 나무 그림자들이 바닥에 일렁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세상은 온통 연두빛이다.
눈부시게 화사한 여름날의 풍경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아본다.
입구에서 8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호센인 안으로 들어왔다.
인기척이 없어 한없이 고요했다.
내 발걸음 내딛는 소리만 들리던 순간순간.
초여름에 때아닌 단풍이 반가웠다.
빨갛게 물든 가을 교토를 상상해보았다.
신을 벗어두고 조심스레 들어와보니
감탄을 자아내는 액자 정원이 나타났다.
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곳을 지켜온 노송 한 그루.
그 오른편으로는 대나무 숲이 펼쳐져있다.
네모난 프레임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나무 지지대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있는 듯 하다.
바닥에 얽힌 가지가지 그림자들은 거미줄 같은 형상이다.
액자 정원 앞 빨간 카펫 위에 자리잡고
따뜻한 말차를 들이켰다.
쌉싸래한 말차가 어느 때보다 더 향긋하게 느껴졌다.
황홀한 풍경을 앞에 두고 먹어서 그런 것일까?
입장할 때 나누어준 팜플렛에는 영어로 이것저것 적혀있었지만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이곳에 잠겨보았다.
일렁이는 그림자들 사이로 걸으며 여름을 느껴본다.
신록으로 물든 세상
나도 이 초록빛에 물들어가는 듯 했다.
계절을 느끼며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사한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