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후시미이나리 신사(伏見稲荷神社)로 향했다.
보통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데
버스 원데이 패스가 있어서 교토역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정류장에서 내려 후시미이나리 신사 쪽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보게된 후시미이나리 역
신사의 주황색 도리이처럼 붉게 칠해져있다.
곳곳에 보이는 하얀 여우 캐릭터를 보니
제대로 잘 찾아왔구나 싶었다.
나름 서둘러 준비해서 아침 일찍 나왔건만
나보다 훨씬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다.
북적북적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리다.
가는 길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좌판들이 가득이다.
발걸음을 서둘러서 얼른 빠져나왔다.
선명한 오렌지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세워진 여우동상을 보니
이곳을 왜 여우신사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곡식의 신인 '이나리 신'을 모시는 곳이다.
여우는 이나리 신의 사자이다.
긴 천을 잡고 흔들면 맨 위에 매달려 있는 방울이 움직여 소리를 낸다.
딸랑딸랑 경쾌한 방울소리가 신사에 울린다.
소원을 빌 때 신을 부르는 의식이라고 한다.
도리이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도리이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있었다.
신사에 도리이를 세운 것은
신과 인간의 세계를 나누기 위해서다.
도리이 안은 신의 영역
그 밖은 인간의 영역이다.
도리이 안을 걷고 있는 나는
지금 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일까?
지나가는 사람들로 도리이 안은 쉴틈없이 북적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오르고 오르다 보면
인적이 드물어지고 정말 신의 세계인양 신비로워진다.
도대체 어디서 끝이 나는 것일까?
끝없이 이어진듯한 도리이 길을
계속해서 오르고 오른다.
이나리 신은 곡식의 신이기도 하나
농업, 상업 등을 관장하는 신으로도 여겨져
많은 기업들이 부와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에 기부하고 도리이를 건립한다고 한다.
중간에 있는 쉼터에 들러 시원한 물을 사마셨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 갈 때 미리 물과 간식을 챙겨가면 좋다.
오르막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중간에 쉬면서 주전부리 삼기 좋다.
나는 못챙겨가서 참 아쉬웠다.
그리고 편한 신발을 신고 와야 힘들지 않다.
운동화를 신고 와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계속해서 오르니 제법 높은 곳까지 왔다.
산 아래로 교토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교토 전경을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이제 올라올 만큼 올라왔으니
내려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더 올라가기 힘들었다.
간식거리를 사올껄 몹시 후회되었다.
다음번에는 간식거리를 챙겨와서
꼭대기까지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왔던 도리이 계단길로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풍경도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또 힘들면 쉬어가느라 오래 걸렸는데
내려오는 건 금방이었다.
여우가 벼를 물고 있다.
이나리 신을 나타내는 것일까?
신사를 뒤로 하고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둥실둥실
선글라스가 없으면 눈이 절로 찌뿌려지는
강렬한 햇살이 온 세상을 비추었다.
꽤나 더웠던 6월 초여름 교토.
이제 버스를 타고 기온 시내로 가서
출출한 배를 채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