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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pr 25. 2018

여름 _ 교토 은각사 (긴카쿠지, 지쇼지)



이른 아침 오하라를 둘러보고난 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은각사(銀閣寺)이다.


5시까지 입장이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갔다.


혹시라도 못들어갈까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엄청 뛰었던 기억이 난다.



500엔의 입장료를 내고 헐레벌떡 들어온 은각사.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안아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적하니 좋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기요미즈데라도 그렇고 긴카쿠지도 그렇고


다 해질녘에 와서야 구경하게 되었다.


긴 그림자들이 늘어선 풍경이 아름다운 시간이다.



레산스이(枯山水) 정원.


정갈하게 사람의 손길이 닿은 모래들을 보는데


비가오면 어떻게 될까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모래가 다 마른다음 다시 모양을 다듬어야할까?



하얗고 고운 모래가 켜켜이 쌓여


줄을 이루며 단순한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모래로 어떤 아름다움을 나타내려한 것일까?


하얀 모래 정원은 밤에 달빛을 감상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달빛이 들기도 전에 폐장을 하니 그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잠시 멈추어 조용히 하얀 모래를 바라보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화려함 없이도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울긋불긋한 꽃들이 한껏 피어나있고


가지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지는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은각사를 둘러 물이 잔잔하게 고여있었다.



은각사를 두르고있는 산책길을 걸어본다.


유록색 나무들이 우거진 돌계단을 따라


숨을 고르며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오면 울창한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대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었다.


다음날 아라시야마 치쿠린에 가려고 했었는데


은각사 대나무 숲으로 충분하다 싶더라.


아라시야마에는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내일은 다른 곳에 가보아야지


그렇게 혼자 다짐하며 대나무 숲을 지나왔다.



고지에 올라서 내가 지나온 곳을 내려다보았다.


멀리 보이는 산과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집들


정갈한 모래정원과 거뭇한 지붕의 은각사.



이곳의 정식 명칭은 히가시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교토에 있는 금각사가 워낙 유명하니 비교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은각사는 금각사를 본 떠 만든 것인데


건립 후 은박을 입힐 예정이었으나 재정 문제로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면 은박 입혀진 은각사를 저절로 상상해보게 된다.


하얀 모래와 함께 은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은각사.


지금보다 더 아름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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