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고조자카(Gojozaka)역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러서 간단히 먹을 저녁거리들을 샀다.
맛나보이는 맥주 몇개와 모밀국수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계란 샌드위치까지!
먹을 것들을 사들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멀리 보이는 기요미즈데라는 지는 햇살에 노랗게 물들었다.
아늑한 숙소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사온 저녁거리들을 먹으며 쉬었다.
7시 즈음이던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께서
교토 시내 투어를 시켜주신다고하셔서
같은 방에 묵었던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나섰다.
제일 먼저 갔던 곳은 쇼군즈카!
이런 곳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아저씨께서 차로 데려다주셨다.
교토사람들의 유명한 데이트 장소라고 하시더라.
교토 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가운데 우뚝 솟은 건물이 교토타워이다.
촛불을 형상화한 모양이라고 하셨다.
쇼군즈카에 잠시 머물다가
차를 타고 기온 거리로 향했다.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
안도 타타오가 설계한 건물이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그가 설계한 곳들을 여럿 보았던터라
반가워 사진을 찍어두었다.
차를 타고 또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아저씨가 이것저것 교토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교토에 대화재가 한 번 났었는데
그 뒤로 화재가 나더라도 불이 번지지 않게끔
큰 도로를 만들어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곳곳에 이런 제단이 있었는데
아저씨 말로는
불이 났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 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히 나질 않는다.
차를 타고 달려가 기온 시라가와 부근에서 내렸다.
어둠이 짙게 깔렀지만
곳곳에 켜진 은은한 붉은 조명과
늘어진 버들나무가 운치있었다.
밤거리를 돌아보았는데
이 부근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그래서 기억해두고 다음에 꼭 다시와보자
마음 속으로 다짐을 했었다.
낭만적이었다.
붉은 빛이 아른아른 개천 위에서 흔들렸다.
몇몇 가게들은 아직도 영업중이었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술 한잔 기울이면
정말 기가막힐 것 같았다.
개천에서 발견한 반딧불이!
예전에 순천만에 갔을 때 난생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봤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 보는 반딧불이였다.
아저씨가 얼른 요 반짝이는 녀석들을 보라며
손 위에 올려주셨다.
반딧불이는 일본어로 '호타루'였다.
아저씨께서 호타루는 한국말로 뭐냐고 여쭤보시길래
'반딧불이'라고 알려드렸다.
나는 계속 호타루라 말하고 아저씨는 반딧불이라고 말했다.
재미난 경험이었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하천에서 흔히 보이던 반딧불이.
이제는 서식지가 대부분 파괴되어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도 순천만에 가서야 겨우 한 번 보았을 뿐
반딧불이는 많이 들어봤지만 보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타국에서 반딧불이를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고 신비로왔다.
어둠을 밝히는 램프를 들고다니는 조그만 요정들 같았다.
조용한 기온 거리를 조금 더 걷다가
아저씨 차를 타고 모두 함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