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식당,이노다 커피 그리고 카모가와
화창한 교토의 6월
아침 일찍 후시미이나리 신사에 들렀다가
교토역으로 되돌아왔다.
오늘은 같이 동행하게된 친구들과
기온거리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어쩜 이리도 푸를까?
구름은 새하얗고 교토타워도 새하얗다.
푸른 하늘 위라서 그런지 더 하얗게 보였다.
어느 책의 작가는 이 교토타워를 흉물스럽다고 이야기했지만
난 그저 너무 좋았다.
교토타워는 교토역을 오고 갈 때마다 날 반겨주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흐르고 영원한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복잡하니까
반대는 많았었겠지만 이렇게 교토역 앞에 솟은 타워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잊지못할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교토역에서 기온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기온 근처에서 내려 골목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행선지는 동행 친구가 미리 알아본 샤브샤브 식당!
화사한 햇살 덕분에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골목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일본어 간판들과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배가고파지니 음식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갔던 샤브샤브집은 하필 브레이크 타임이었고
기다리더라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모든 자리가 꽉찼다는 것이다.
흑! 슬픔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왔다.
카모가와를 지난다.
교토를 돌아다니며 자주 지나다니게 되는 강.
교토의 중심을 관통하며 남북으로 길쭉이 흐른다.
카모가와를 건너서 우리가 향한 곳은 '백식당'
교토에 왔으니 스키야키를 먹어보기로 했다.
나름 유명한 식당이라고 하더군.
한 10분정도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스키야키와 큐브 스테이크가 주메뉴인 것 같았다.
스키야키을 먹어보고 싶어서 왔기에 스키야키를 주문!
음식이 나오기 전 따뜻한 녹차를 주셔서
개운하게 속을 씻어내어 좋았다.
드디어 나온 스키야키!
와 정말 내취향이더라. 너무 맛있었다.
살짝 소고기를 익혀서 신선한 노른자에 푹 담궜다 빼서 먹었다.
간장 양념이 베인 양파도 너무 맛있었다.
양파가 고기처럼 맛있다니 충격이었지.
싹~ 클리어했다.
고기 더 시켜서 먹고싶었다는.
백식당은 한국에 와서도 가끔 생각난다.
스키야키 하는 집 찾아가봐도 요 맛이 안나더라구.
배도 채웠으니 골목골목 다니면서 기온 구경에 나섰다.
니시키 시장에 들러서 여기저기 매장 구경을 하고
알록달록한 수건, 녹차 등등 기념품들을 샀다.
니시키 시장에서는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들을 팔고 있어 교토의 부엌으로 불린다고 한다.
배가 불러서 먹을거리들을 못 먹어본 것이 아쉽다.
우리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이노다 커피점이다.
배를 채웠으니 커피가 또 땡기더라.
그래서 찾아간 카페였다.
교토의 3대 카페라고 불린다 하는데
이 곳은 워낙 역사가 깊어서 그런 것 같다.
1947년에 개업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되긴 했다.
들어가니 유니폼을 정갈하게 입은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카페의 분위기는 고급스러우며 옛스러웠다.
90년대에 지어진 화려한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 들었어.
직원들은 다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큰 통유리창 너머로 야외 테이블 좌석이 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꽤 많았는데
다들 케이크 한 조각씩 시켜 드시더라구.
담소를 나누시기도 하고 신문을 보기도 하시고
동네 아지트 같은 느낌도 받았다.
화장실 가는 길이 상당히 이국적이더라.
옆 건물은 이노다 커피 신관이다.
내가 시킨 메뉴는 아라비안 펄(Arabian Pearl).
이 커피가 개업 당시부터 쭉 이어져온 메뉴라더라.
그래서 어떨까 궁금해서 시켜보았다.
정말 찐~한 커피였다.
달달한 디저트 없이는 쓰디써서 먹기 힘든 그런 커피였다.
그래서 옆테이블 할머니가 드시던 케익을 따라 시켜 보았다.
상큼한 레몬과 달콤 고소한 크림이 만난 케익!
커피랑 먹으니 찰떡궁합이었다.
이노다 커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카페인을 충전했다.
이제 힘이 좀 솟았으니 나와서 또 걷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교토 기온 거리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실개천이 흐르는 골목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전날 저녁 야경투어를 하며 왔었는데 낮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교토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저문다.
기온을 떠나 청수사 부근으로 떠나기 전
말차라떼 한 잔을 마시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