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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21. 2019

봄 _ 교토 벚꽃 여행

3박 4일 벚꽃 만나러 떠난 교토

어느 여름날 홀로 즉흥적으로 찾아갔던 교토

그리운 추억을 쫓아

봄날 벚꽃 피는 계절 또다시 교토로 향했다.






벚꽃 만나러 교토에 가다


교토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정확한 벚꽃 개화시기를 알 수 없으니  대충 어리 짐작해서 티켓팅을 해야 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대략 3월 넷째 주부터 4월 초중순까지가 교토 벚꽃 개화 시즌인 듯했다. 해마다 편차가 있어서 날짜를 잘 선택해야 했다. 중간지점인 3월 말에서 4월 초에 교토를 찾는다면 무리 없이 벚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3월 31일에 교토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송글송글 하늘에 터진 분홍 팝콘들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인터넷을 들락날락거리며 벚꽃 개화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내가 떠날 즈음 교토 상황을 들어보니 교토 시가지의 벚꽃잎들은 벌써 많이 져버렸고 푸른 이파리들이 돋아나고 있는 와중이란다. 아무렴 어때! 여름에 찾았던 교토는 벚꽃이 없었어도 충분히 좋았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교토로 향했다.





온 동네가 축제의 현장인 교토


봄에 찾은 교토는 여름보다 훨씬 더 북적였다. 오사카 국제공항에서 하루카를 타고 교토역에 당도하자마자 우리는 수많은 인파들과 마주했다. 깜짝 놀랐다. 교토역 버스 터미널에는 길게 늘어선 줄들이 여럿 보였다. 온 세상 사람들이 벚꽃을 보러 찾아온 것 같았다.


어느 공원에서 만난 분홍빛 만개한 수양벚꽃


교토에서 보낸 길고도 짧은 4일 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벚꽃을 보았다. 여행 오기 전에는 벚꽃이 다 져버렸을까봐 걱정했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어딜 가나 온통 벚꽃이었다.


벚꽃 늘어진 계단을 따라


포도송이처럼 방울방울 피어난 꽃들,
길게 축 늘어뜨린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아직 피어나지 못한 봉오리 송이송이들,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꽃잎들,
꽃이 저물어 푸릇한 잎사귀가 돋아난 앙상해진 가지,

우리는 다양한 모습의 벚꽃을 만났다.


교토 기온 거리에서
기온 거리 실개천을 적신 벚꽃잎들


꽃들이 떨어져 가지마다 푸른 이파리가 돋아나도 괜찮았다. 떨어진 꽃잎들은 실개천을 따라 흐르고 길 위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낭만을 찾아 걷다


우리는 교토에 머무는 동안 주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벚꽃 시즌이라 버스마다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우리는 마냥 좋았다. 버스에서 내려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교토 곳곳을 걸었다. 관광지마다 엄청난 인파로 정신없다가도 벚꽃을 보면 모든 피곤함이 스르륵 흔적도 없이 가셨다.


하늘을 가득 채운 수양버들, 아라시야마에서
기모노 숲을 지나는 란덴열차


셋째 날 아라시야마 다녀왔다. 시조 오미야역에서 2량짜리 조그만 열차에 올라탔다. 차창 너머로 정겨운 시골 풍경과 가득 핀 벚꽃들이 보였다.


기모노 입고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에서
아라시야마 오르골 매장 앞에서


우리는 아라시야마 역 근처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었다. 어색한 복장으로 텐류지에서 치쿠린을 거쳐 도게츠교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재미난 경험이었다.


입장권에도 벚꽃이 피어있다
교토 기요미즈데라에서
기요미즈데라의 작은 연못


둘째 날 아침부터 서둘러서 찾아온 기요미즈데라. 작년처럼 본당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일찍 간다고 서둘러 나왔으나 우리보다 더 빠른 사람들 천지였다. 여기서는 만개한 진분홍 수양벚꽃 그리고 벚꽃잎들로 가득 찼던 조그만 연못이 기억에 남는다.


고요한 분수대와 벚꽃
해가 저물 즈음 어느 공원에서


목적지를 정해두고 걷다가 보면 갑작스레 벚꽃 만발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 경우 우리는 한참 동안 그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헤이안 신궁 쪽으로 걷다 만난 어느 이름 모를 공원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수형의 거대한 벚꽃을 만났다. 벚꽃 아래에는 푸릇한 잡초들과 보랏빛 꽃들이 피어나있었다.



이번 교토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고다이지(高台寺)'라는 사찰이다. 하얀 모래알들과 축 늘어진 거대한 핑크빛 벚꽃. 눈앞의 풍경은 마침 저물어가는 햇살을 머금어 따뜻하게 빛났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와 벚꽃잎들이 우수수 하얀 모래 위로 떨어졌다. 모래 위에는 벚꽃 그림자가 일렁였다.






밤에 찾아드는 화려한 벚꽃


교토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교토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라이트업 행사가 진행된다. 밤에만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을 쫓아 많은 이들이 거리를 누빈다.

밤이 되어도 교토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푸른 조명을 받아 신비롭게 빛나는 벚꽃
거리를 걷다가 마주친 벚꽃과 만월
도지 라이트업
니조성 벚꽃 사이로 모습을 내민 만월


마침 우리가 갔던 날 하늘에는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 땅 위는 사람들로 번잡했지만 어둠에 잠긴 밤하늘은 한없이 고요해 보였다. 그 가운데 둥그렇게 뜬 보름달은 활짝 핀 벚꽃과 어우러져 더없이 아름다웠다.


마루야마 공원에서


늦은 저녁 야사카 신사 옆 마루야마 공원에 가면 벚꽃 아래에 자리 잡고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다가 고개를 들면 벚꽃이 가득했다. 가끔씩 탁자 위로 벚꽃이 살랑 내려앉기도 했다.


하늘을 꽉 채운 벚꽃들
카모가와에서 뻗어나온 실개천을 따라 걷기


가와라마치 역 근처를 서성이다 보면 카모가와에서 뻗어 나온 실개천이 보인다. 이 실개천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 보면 황홀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벚꽃잎들이 밤하늘과 실개천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물결 위로는 선명한 반영이 일렁인다.


반영이 아름다운 도지
늘어진 연분홍 수양버들
카모가와 근처 재즈바에서


교토의 밤은 길고도 길다.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으니 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걷고 또 걸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낭만, 벚꽃 가득한 밤.






입이 즐거운 교토 여행

 

벚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배가 고프면 소용없다! 우리는 여행 오기 전 여러 맛집들을 알아봤었다. 하지만 벚꽃 시즌에 맛집 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우리는 줄 서는 시간이 아까워 맛집은 포기했고 그때그때 끌리는 식당과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마차 아이스크림
벚꽃 아래서 먹은 당고와 맥주
사쿠라 맥주


축제 현장마다 간이 점포들이 늘어져있어서 이것저것 골라먹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쿠라 맥주! 늦은 저녁 니조성 라이트업 구경 갔다가 호기심으로 시켜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살짝 달큰하고 향기가 감도는 맥주였다.


가와라마치 실개천을 걷다가 들어간 어느 이자카야
고등어 회와 생 와사비


늦은 밤에는 이자카야에 들러 사케를 한 잔 하거나 편의점에서 산 주전부리와 맥주를 마셨다. 맛있는 술과 안주를 옆에 두고 여행을 되돌아보고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마무리했다.


후시미이나리 근처 카페 버밀리온(Vermillion) 정원에 앉아서
아라시야마 리락쿠마 카페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걸었다. 거의 대부분 이동을 도보로 했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러 카페에 들렀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인상 깊은 곳들은 후시미이나리 신사 근처 카페 버밀리온(Vermillion)과 아라시야마의 리락쿠마 카페이다.


고슬고슬 장어덮밥
와규 화로 구이


교토에서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장어덮밥! 여행을 떠나기 전 장어덮밥으로 유명한 식당들을 몇 군데 찾아봤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거나 루트상 동떨어져 있어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메뉴판에 장어덮밥 사진이 보이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먹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맛있었다. 같이 먹었던 와규도 끝내줬다.





안녕 교토, 이제 가을에 보자!

3박 4일 잊지 못할 교토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한국에도 벚꽃이 가득 피어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 찾아왔다. 꽃피는 계절이 오니 교토가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아라시야마 텐류지에서


교토의 싱그러운 여름 그리고 향기로운 봄을 느껴봤다. 교토의 사계를 다 느껴보려면 이제 가을과 겨울이 남았다. 지난 봄의 흥취가 다 가시기 전에 교토의 가을을 만끽하러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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