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Jun 04. 2018

빈 놀이공원 프라터(Prater)

프라터(Prater)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왔다. 검은 하늘을 비추는 반짝이는 관람차가 멀리 보였다. 동행 언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야경이었다.


프라터는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에 나왔다고 하더라.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초반에 꺼버렸기에 기억이 없지만 말이다. 다들 재밌다고 그러니 다시 한 번 찾아서 보아야겠다. 빈 프라터 공원이 나오면 엄청 반가울테니까 말이다.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놀이공원은 한산했다. 음악 소리가 요란하고 놀이기구들이 반짝거리니 활기찬 듯 보이다가도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스산했다. 여태까지 봐왔던 빈은 옛스러운 과거로의 여행 같았다면 이곳은 세기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없으니 놀이기구들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밤을 비추는 불빛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있었다. 동행 언니랑 나는 야경 보러 오기를 참 잘했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았어도 기분이 들떠서 즐거웠다.



동행 언니와 함께 다니다보니 내 사진이 많아졌다. 혼자 다닐 때는 내 사진을 담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말이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의 사진 속 나를 보면 어색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공기총을 쏴서 타깃을 많이 맞추면 상품으로 인형을 주는 매장들이 잔뜩 있었다. 갑자기 월미도 놀이공원에 온 것 같았다. 비슷한 풍경을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도 정말 너무 없더라. 불은 다 켜져있고 영업중인 것 같은데 사람이 없으니 으스스했다.



프라터 내에 식당들도 꽤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점심에 너무 과하게 먹었던 것일까? 아직도 뱃속은 더부룩했다. 동행 언니도 나와 비슷했나보다. 우리 둘 다 저녁은 먹지 않고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한 뒤 각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프라터를 떠나려고 돌아가던 중 신기한 놀이기구를 발견했다. 길쭉한 공간 안에 어떤 사람이 둥둥 떠다니길래 뭔가 싶어 구경했다. 마치 진공 상태인양 떠있는 것 같았어. 자세히 살펴보니 강한 바람으로 몸을 띄우는 것 같았다.


재미나보여서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더 늦으면 귀가길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런 체험기구는 분명 한국에도 있을 거라며 돌아가서 해보자고 이야기했었지.



프라터를 나와서 트램 5번을 타고 빈 서역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트램 5번의 시작은 빈 서역이고 마지막 종착역이 Prater 역이었다. 트램타는 곳을 찾느라 조금 헤맸다. 그 와중 술 취한 청년들이 자꾸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말을 걸고 추태(?)를 부리는 통에 겁을 잔뜩 먹었다. 우리 둘은 달리는 듯한 빠른 발걸음으로 이동해 힘겹게 트램에 안착했다.


트램에 오르면 안전하겠지 생각했으나 헉 소리나는 풍경이 펼쳐졌다. 트램 안에는 부랑자와 술취한 자 등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트램에서 풍기는 냄새가 고약했다. 오줌을 몇십년 삭혀서 뿌린 것 같은 냄새였다.


다행스럽게도 트램 5번 Stollgassee역에서 내리기만하면 숙소가 코앞이라는 점! 동행 언니와 아쉬운 안녕을 하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빈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끝났다. 드디어 내일은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둠이 내린 폭스가르텐과 빈 시청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