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터(Prater)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왔다. 검은 하늘을 비추는 반짝이는 관람차가 멀리 보였다. 동행 언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야경이었다.
프라터는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에 나왔다고 하더라.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초반에 꺼버렸기에 기억이 없지만 말이다. 다들 재밌다고 그러니 다시 한 번 찾아서 보아야겠다. 빈 프라터 공원이 나오면 엄청 반가울테니까 말이다.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놀이공원은 한산했다. 음악 소리가 요란하고 놀이기구들이 반짝거리니 활기찬 듯 보이다가도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스산했다. 여태까지 봐왔던 빈은 옛스러운 과거로의 여행 같았다면 이곳은 세기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없으니 놀이기구들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밤을 비추는 불빛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있었다. 동행 언니랑 나는 야경 보러 오기를 참 잘했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았어도 기분이 들떠서 즐거웠다.
동행 언니와 함께 다니다보니 내 사진이 많아졌다. 혼자 다닐 때는 내 사진을 담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말이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의 사진 속 나를 보면 어색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공기총을 쏴서 타깃을 많이 맞추면 상품으로 인형을 주는 매장들이 잔뜩 있었다. 갑자기 월미도 놀이공원에 온 것 같았다. 비슷한 풍경을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도 정말 너무 없더라. 불은 다 켜져있고 영업중인 것 같은데 사람이 없으니 으스스했다.
프라터 내에 식당들도 꽤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점심에 너무 과하게 먹었던 것일까? 아직도 뱃속은 더부룩했다. 동행 언니도 나와 비슷했나보다. 우리 둘 다 저녁은 먹지 않고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한 뒤 각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프라터를 떠나려고 돌아가던 중 신기한 놀이기구를 발견했다. 길쭉한 공간 안에 어떤 사람이 둥둥 떠다니길래 뭔가 싶어 구경했다. 마치 진공 상태인양 떠있는 것 같았어. 자세히 살펴보니 강한 바람으로 몸을 띄우는 것 같았다.
재미나보여서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더 늦으면 귀가길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런 체험기구는 분명 한국에도 있을 거라며 돌아가서 해보자고 이야기했었지.
프라터를 나와서 트램 5번을 타고 빈 서역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트램 5번의 시작은 빈 서역이고 마지막 종착역이 Prater 역이었다. 트램타는 곳을 찾느라 조금 헤맸다. 그 와중 술 취한 청년들이 자꾸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말을 걸고 추태(?)를 부리는 통에 겁을 잔뜩 먹었다. 우리 둘은 달리는 듯한 빠른 발걸음으로 이동해 힘겹게 트램에 안착했다.
트램에 오르면 안전하겠지 생각했으나 헉 소리나는 풍경이 펼쳐졌다. 트램 안에는 부랑자와 술취한 자 등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트램에서 풍기는 냄새가 고약했다. 오줌을 몇십년 삭혀서 뿌린 것 같은 냄새였다.
다행스럽게도 트램 5번 Stollgassee역에서 내리기만하면 숙소가 코앞이라는 점! 동행 언니와 아쉬운 안녕을 하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빈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끝났다. 드디어 내일은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