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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Feb 27. 2021

한겨울 핀란드 헬싱키로 떠나다

5일간 한겨울 핀란드 여행

20년 1월 추운 겨울 우리는 핀란드로 떠났다.

눈이 내려도 금방 녹아버리는 남쪽 대구에 살아서 제대로 된 눈을 보지 못했던 우리. 서울에 살았을 적에는 겨울마다 지겹도록 눈을 봤었는데 말이다. 폭설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멈춰버릴 때는 눈이 싫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눈도 못보니 그리워지나보다.

우린 하얀 눈이 무척 보고 싶었다. 가득 쌓인 눈 위에서 뒹굴고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북유럽을 떠올렸다. 겨울이니 운이 좋으면 오로라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5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선명한 그리운 기억들. 이 여행이 20년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더 소중해진 기억이다.





인천공항에서 핀에어 직항을 타고 헬싱키로 향했다. 헬싱키에서 이틀을 머무르고 로바니에미로 넘어가서 삼일을 머물렀다가 인천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두 끼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대부분이 환승을 하러 떠났고 대여섯 되는 몇몇 사람들만 헬싱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짐을 찾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헬싱키에 도착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핀에어 버스가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 보니 정말 핀에어 버스가 한 대 서있었다. 목적지는 헬싱키 중앙역 근처였다. 버스를 타고 차창밖 풍경을 구경하며 30여분을 달려갔다. 어라, 헬싱키에 오면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눈을 볼 생각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아쉬웠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캐리어를 끌고 우리가 예약한 라플랜드 호텔(Lapland Hotel)을 향해 걸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초행길에 짐도 많아서 그보다 훨씬 더 걸렸던 것 같다. 가는 길 헬싱키 구성당 공원을 지나는데 잔디밭 위에 밀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하얀 눈이 흩어져 있었다. 그래도 눈을 보긴 보는구나!





체크인을 하고 우리의 방은 9층 꼭대기에 있었다. 테라스와 사우나가 딸린 꽤나 좋은 룸이었다. 벽에는 사슴뿔이 매달려 있었고 특이한 조명이 침대 옆까지 내려와 있었다. 방 안에서는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사미족의 전통 음악을 재해석한 어느 핀란드 가수의 노래였다.





사우나 안에는 검은 돌이 담겨 있는 난로 같은 장치와 불 바구니, 국자가 놓여져 있었다. 헬싱키를 둘러보고 와서 피곤을 달래며 사우나를 할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 핀란드는 사우나지! 조금 더 비싸도 사우나가 있는 룸을 예약하기를 잘했다. 이틀동안 밤낮으로 쉴틈없이 사우나를 했으니까 말이다.

1월의 헬싱키는 해가 빨리 저물어서 우리는 서둘러 간단한 짐만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헬싱키를 얼른 둘러보고 저녁을 해결하고 호텔로 돌아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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