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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11. 2021

겨울 헬싱키 거리 거닐기

어둠이 스물스물 다가오는 시간 헬싱키에서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벌써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헬싱키의 상징같이 느껴지던 헬싱키 대성당을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헬싱키 한가운데 있는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을 거쳐서 대성당으로 갔다.





벌거벗은 검은 나무들이 공원을 빙 두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른빛 하나 없이 하얀 구름으로 꽉 차있어서 허옇게 보였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조명들이 없었다면 공원은 황량하게 보였을 것 같다. 노란 순록 조명들이 이곳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원에 순록이라니! 북유럽다운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밖으로는 옛스런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1층은 상가들이었고 그 위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처럼 보였다. 아직 녹지 않은 뽀얀 눈들이 남아 있어 사부작 사부작 밟혔다. 조명들 옆에 서서 기념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멀리 푸른 뚜껑을 쓴 하얀 대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넓은 광장 한 가운데 성당이 자리잡고 있었고 성당 옆 건물에는 여러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었다. 지나쳐온 Esplanadi 공원 그리고 이곳 헬싱키 대성당 모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한적했다. 다들 어디에 가있는 것일까?




층층이 놓인 계단을 모두 올라야 대성당에 다가갈 수 있었다. 당장은 배가 너무 고팠기에 이날은 대성당을 멀리서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다. 대성당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까 싶었는데 평점이 괜찮은 식당이 보이질 않아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구글지도를 살피다가 바다 옆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서 그리로 향했다.





언덕 위에는 붉은 대성당이 서있었고 길 위로는 트램이 바삐 지나다녔다. 그 안에 서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겠지? 지금 이 시간이면 아마 퇴근길일 것 같다.

이 시공간은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새로움이다. 나는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일까? 일상을 더 사랑할순 없을까? 길을 걸으며 여러가지 생각에 빠져 들었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갔다. 하늘은 연한 하늘색과 핑크색이 뒤섞인 동화같은 빛깔로 변했다. 그 아래로 차들이 줄지어 도로 위에 서있었다. 비가 내렸는지 아니면 눈이 녹은건지 땅 위가 반질반질했다. 자동차 불빛이 땅 위에서 반짝였다.



Uspenski Cathedral



항구 옆 길을 걷다가 잠깐 보았던 붉은 대성당을 지나치게 되었다. 아름다운 붉은 벽돌 외관의 이 건물은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우스펜스키 대성당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 남아있는 것이다. 헬싱키 대성당도 러시아 정교회 성당었지만 독립 후 루터교의 성당으로 탈바꿈했다.


Ravintola Nokka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직 오픈시간이 아니라는 직원의 말에 밖으로 다시 나왔다. 배는 무척 고팠지만 덕분에 밤바다 구경도 하고 기념 사진들도 여럿 남겼다. 오후 6시,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세가지였다. (Suomi Finland, Pan fried wild fish of the day, Lupine and cabbage rolls with oven baked pumpkin) 그리고 술. 오픈 키친이여서 요리하는 모습이 보여 재미있었다. 인상 깊었던 음식은 'Suomi Finland'였다. 핀란드의 식재료로 만든 독특한 모듬 핑거푸드였다. 순록고기와 그 피로 만든 우리나라 피순대 같은 소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길,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상가들이 이어져있는 길 거리에는 트리 모양 조명이 반짝였다. 오면서 보았던 헬싱키 대성당은 밤이 되니 하얗게 반짝였다. 어두워서 푸른 지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얀 외벽은 검은 하늘과 대비되어 더 선명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어느 마트에 들렀다. 외국 여행 중에 이렇게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서 물건들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무민의 나라답게 곳곳에 무민 관련 제품들이 많았다. 핀란드어를 모르니 무슨 제품인지는 알 수 없어 답답하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간단히 장을 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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