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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ug 11. 2021

한여름밤 은하수가 흐르는 안반데기에서 낭만적인 하룻밤

안반데기 은하수 밤하늘 밑에서 차박 그리고 아름다운 일출



한여름 밤 아름다운 은하수를 보기 위해 안반데기를 찾아 갔다. 우리나라에서 밤하늘 쏟아지는 별들은 본 적 있지만 은하수를 본 적은 없었다.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광해가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서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은하수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 때 보았던 은하수가 그리워 우리나라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는 여러 명소들을 찾아보다가 '안반데기'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안반'은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나무판이고 '데기'는 평평한 땅을 뜻하는데 안반처럼 생긴 평평한 땅이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안반데기는 해발 1,100m 고원 지대로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유명하다.






안반데기로 가는 길이 그리 쉽지가 않아서 근처에 숙소를 잡아 두더라도 한밤중에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안반데기에서 날을 지새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안반데기에서 차박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레이를 가지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차박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안반데기에서 시작해서 차박까지, 열심히 부랴부랴 알아보고 장비를 구입하고 우여곡절 끝에 안반데기에서 생애 첫 차박을 하게 되었다. 안반데기에서는 스텔스 차박만 가능하고 취사가 불가능했다. 이리저리 알아 보다가 '안반데기 관광농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6만원 요금을 지불하면 정해진 자리에 차를 세우고 텐트를 칠 수 있었고 취사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있어서 화장실에 민감한 우리는 미리 농원에 연락을 드려 예약을 해 두었다.

레이를 끌고 안반데기 관광농원으로 올라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엑셀을 아무리 밟아도 레이는 힘을 쓰지 못했다. 기어를 낮추고 어기적 어기적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고원 지대에 들어서니 커다란 바람개비와 넓은 배추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8월 중순즈음 수확을 앞 둔 배추들은 통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







농원에 도착해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정해진 장소에 차를 세웠다. 고랭지 배추밭이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자리였다. 우리는 준비해온 꼬리 텐트를 꺼내서 차에 설치하고 레이 내부를 밤에 자기 좋게 잘 정리해 두었다. 준비하는 동안 땀이 삐질삐질 흘러 나왔다. 아무리 고원지대라도 여름은 여름이구나 싶었다. 일기예보를 봤을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뿌연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장님은 이곳은 지대가 높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날씨가 바뀐다고 했다. 이렇게 하늘이 흐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맑아지기도 하니 실망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사실 은하수를 못 보더라도 이렇게 근사한 풍경을 앞에 두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날씨가 좋아지면 더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대로 이 순간을 즐겨보자 생각했다.








안반데기에 오기 전 어느 식당에서 막국수와 감자전을 배부르게 먹고 왔던터라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다. 챙겨온 캠핑 의자 위에 앉아 안반데기를 바라보며 마트에서 사온 막걸리와 주전부리들을 꺼내 먹었다. 뿌옇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갑자기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는 짙게 노을이 깔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앞에 두고 맛있는 술을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니 날씨가 살짝 쌀쌀해졌다. 버너 위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물을 팔팔 끓여 차를 한 잔 내려 마셨다. 뜨거운 차를 마시니 몸 속이 따끈따끈해 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것이 캠핑의 매력인가?






짙은 노을이 사라지고 어둠이 깊게 찾아왔을 때 꼬마 전구에 불을 켰다. 그리고 준비해온 삼겹살을 꺼내 불판 위에 올렸다. 지글지글 고기 익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막국수를 먹었던 식당에서 남겨온 감자전과 감자 옹심이도 함께 테이블 위에 차려 놓았다. 안반데기 관광농원에 요금을 내고 하루를 묵으면 사장님이 직접 담근 장아찌 2통을 내어 주신다. 우리는 명이나물과 눈개승마 장아찌를 받았다. 삼겹살을 먹으며 장아찌를 함께 곁들이니 꿀맛이었다. 뜨끈하게 데운 옹심이와 불판 위에 부친 감자전도 맛있었다.







안반데기에 완연한 어둠이 내렸다.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진 덕분에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을 정리해 두고 별들을 촬영하러 더 깊은 어둠을 찾아서 걸었다. 카메라를 들고서 빛이 덜한 관광농원 뒷편 언덕에 올라섰다.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우와, 정말 별들이 우수수 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어디서도 이토록 많은 별들을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은하수를 보게 되었다. 하늘을 가르고 있는 희뿌연 별들의 물줄기가 눈앞에 보였다.





안반데기에 완연한 어둠이 내렸다.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진 덕분에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을 정리해 두고 별들을 촬영하러 더 깊은 어둠을 찾아서 걸었다. 카메라를 들고서 빛이 덜한 관광농원 뒷편 언덕에 올라섰다.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우와, 정말 별들이 우수수 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어디서도 이토록 많은 별들을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은하수를 보게 되었다. 하늘을 가르고 있는 희뿌연 별들의 물줄기가 눈앞에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은하수는 뉴질랜드에서였다.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뉴질랜드에서 난생처음으로 밤하늘 은하수를 보게 되었다. 은하수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 여태 내가 보지 못해서 그랬던 것일까? 찾아보니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캠핑 의자를 가져다 놓고 한참 동안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밤하늘을 계속 멍하니 쳐다 보다가 운 좋게 별똥별을 보게 되었다. 안반데기 밤하늘에서는 별똥별들이 정말 많이 쏟아졌다. 흰 줄기로 떨어지는 작은 별똥별은 여태 여러번 보았었다. 그런데 안반데기에서는 아주 커다란 별똥별들을 볼 수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마음 속으로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몇시간 동안 정신없이 별들과 은하수를 바라 보다가 차로 돌아왔다. 우리는 배가 출출해져서 챙겨온 마시멜로와 초콜릿, 과자로 스모어를 해먹었다. 스모어는 마시멜로를 잘 구워서 크래커 사이에 두고 초콜릿을 얹어 녹혀 먹는 것이다. 너무 맛있어서 'some more'라고 외치게 되어 스모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별미이다. 항상 캠핑을 하게 되면 스모어를 해먹고 싶어 재료들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온다.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꿈만 같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아침에 일출을 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 서둘러 잠에 빠져 들어야 했다. 우리들의 첫 차박, 걱정했던 것보다 차 안은 훨씬 편안했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많이 추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핫팩과 후리스를 챙겨 왔지만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모기장을 쳐놓은 창문을 열고 잠들었더니 선선해서 딱 좋았다. 그렇게 스르륵 잠들었는데 문득 뒤척이며 눈을 떴을 때 차창 밖으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였다. 우와, 별이 정말 많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꿈이였는지 생시였는지 잘 모르겠다.







화장실이 급해서 5시가 다 되었을 즈음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 다녀 오고 나니 배가 너무 고파서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어짜피 일출을 보려고 했으니 기다리자 싶었다. 여명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와 스프를 들이켰다. 멀리 산 아래로 아름다운 운해가 짙게 깔려 있었다. 해가 언제 떠오르려나 싶었는데 곧 구름을 비집고 둥그런 해가 솟아 올랐다.








해가 떠오르고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통통한 배추들은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어 싱싱해 보였다. 바람개비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고 운해는 더 짙어져 갔다.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안반데기에서는 은하수 뿐만 아니라 일출도 봐야하는구나!





맛있게 이른 아침도 먹었고 일출도 봤으니 이제 다시 잠들 시간이었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침낭 안에 몸을 눕혔다. 피곤했는지 금방 깊은 잠 속으로 스르륵 빠져 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을 맞았다. 잠깐이었지만 자고 일어 났더니 세상이 훤했다. 두번째 아침을 맞는 것 같았다. 해가 떠오르자 이곳은 무척 더워졌다. 에어컨을 켜두지 않으면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체크아웃 시간은 11시였지만 그 때까지 여기 있다가는 온 몸이 다 익어버릴 것 같아서 뒷정리를 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뒷트렁크에 설치한 꼬리텐트를 정리하고 레이 안도 적당히 원상복구를 시켜 놓았다. 땀이 뻘뻘 흐르는 것을 보니 한여름이 맞긴 맞나 보다. 어젯밤 날씨는 봄이나 가을날처럼 선선해서 좋았는데 그 때 뿐이었다. 우리는 강릉으로 넘어가서 맛있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안반데기와 작별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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