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에 들렀다가 미리 잡아둔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자작나무 숲까지 왔다갔다 꽤 걸었던터라 우리 둘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산 속 깊숙한 곳에 숙소를 잡은 우리는 바베큐를 해먹기로 했다. 사실 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터라 그냥 식당에서 먹을까도 생각했는데 주위에 식당이 없었다. 허허, 어쩌다 보니 강제 바베큐 행이었다. 산 속에 왔으니 그래 바베큐가 제맛이지!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멀리 산 중턱에 구름이 끼어서 운치있었다. 접시꽃과 산수국이 이쁘게 피어 있었다. 아까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내렸다. 추적추적 내리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해서 바베큐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주방에서 구워먹으면 된다고 하셔서 일단 고기는 사오는 걸로 정하고 조금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근처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오기로 했다.
처음에 하나로 마트 수비지점에 갔다가 문을 닫아서 영양본점을 갔다. 인터넷에 영업시간이 적혀 있는 것을 곧이 곧대로 믿음 안되겠더라. 다음번에는 꼭 전화를 해보고 가자 다짐했다. 그래도 양껏 수다를 떨면서 갔더니 금방 다녀왔다.
숙소 호스트가 상추와 고추를 맘껏 따서 먹어도 된다 하였기에 가서 삼겹살과 라면, 버섯, 막걸리 같은 것들을 사왔다. 호스트가 돌판에 불을 지펴 주었다. 아주 두꺼운 돌이라 달궈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호스트 밭에서 고추와 상추를 따왔다. 금방 따서 먹는 고추와 상추는 아삭아삭 신선하고 너무 맛있었다. 참기름을 두른 쌈장에 콕 찍어 먹으니 술술 야채가 입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풀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건가 싶었다.
어둠이 내리고 불판 위는 뜨겁게 달궈졌다. 김치와 감자, 버섯도 삼겹살과 함께 불판 위에서 고기 기름을 머금고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한여름 밤 바베큐, 역시 이런 곳에 와서는 이런게 재미인가 보다. 모기향 냄새가 솔솔 풍기며 왠지 모르게 절 속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도 났다.
호스트가 전기 양초를 가져다 주어서 운치 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배가 고팠던터라 허겁지겁 고기를 입에 쑤셔 넣었다. 너무 맛있었다. 처음에는 불을 키우느라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불판이 잘 달궈져서 가만히 둬도 지글지글 모든 것들이 맛나게 잘 익었다.
고기를 거의 다 먹고 마지막으로 햇반을 돌판 위에 부어서 볶음밥도 해먹었는데 맛이 끝내줬다. 그리고 막걸리와 상추를 잘게 찢어 넣은 비빔면,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영양은 고추와 반딧불이로 유명하다. 길을 지나 다니다가 종종 가로등이 보이는데 빨간 고추와 귀여운 반딧불이가 매달려 있다. 호스트가 숙소 앞 장파천에 가면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돌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라고 하셨다.
운이 좋으면 바로 집 앞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대를 머금고 반딧불이를 보러 갔다.
반딧불이를 보러 장파천으로 가려다가 인적도 드물고 컴컴해서 무서운 마음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는 길에 수풀 속에서 번쩍번쩍이는 노란 불빛을 보았다. 엇, 반딧불이인가 싶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서있었다. 반딧불이들이 불빛을 꿈뻑이며 우리 주위를 날아다녔다.
우와, 새카만 밤 둥둥 떠다니는 노란 불빛을 보니 황홀했다.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담아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거창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눈으로 많이 반딧불이를 담았으니 만족스러웠다. 둘이 손을 잡고 한동안 반딧불이를 바라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