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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08. 2022

에펠탑 잔디밭에서 보낸 여유로운 오후

에펠탑 잔디밭에서 보낸 여유로운 시간들과 맛있는 저녁식사

오전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는 파리 한인 민박집에서 같이 머물렀던 언니들과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에펠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늦은 밤에는 개선문 야경도 보고 샹젤리제를 걸어 보기로 이야기했었다.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보고나서 언니들을 만나러 에펠탑이 보이는 마르스 광장의 잔디밭으로 왔다. 



언니들을 만나니 신이 났다. 혼자였던 시간에는 무언가를 살 때 빼고는 말을 한마디도 안했던 것 같았다. 말문이 트이고 나서 절로 신이나는 걸 보니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인가 싶었지. 

미리 가방 안에 종이를 챙겨와서 잔디밭 위에 깔아 놓고 그 위에 앉았다. 전에 에펠탑을 보러 잔디밭에 왔을 때 생각보다 너무 더러워서 놀랬던 기억이 있었다. 담배 꽁초와 병뚜껑 천지였던 잔디밭, 그래서 이번에는 미리 깔 것을 챙겨왔다. 하하.  



나는 잔디밭에 앉아서 일기를 끄적이기도 하고 눈앞에 보이는 에펠탑을 그려보기도 했다. 근처를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내가 그리고 있던 에펠탑 그림을 구경한다고 일기장을 빤히 쳐다봐서 좀 부끄러웠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하기도 했다. 하하.

언니들은 나에게 기념삼아 에펠탑을 그려달라고 했다. 일기장 남는 종이에 에펠탑 몇 장을 더 그려서 푹 찢어 언니들에게 주었다. 갑자기 내가 거리의 화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종이가 작아서 누울 수는 없었지만 잔디밭에 누워 보고 싶어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누워버렸다. 팔자 늘어지게 누웠는데 눈이 따가워 손수건을 두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내리쬐는 따끈한 햇살에 온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 했다. 멀리서 'Way back into Love'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그남자 작곡 그여자 작사'라는 영화에 나왔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누군가가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파리 에펠탑 앞 잔디밭에 누워 누군가의 노래소리를 듣고 있다니 꿈만 같았다. 파리의 에펠탑은 유럽 여행의 표상이었는데 결국은 이리 자주 오게 되었고 질리도록 보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누워있다가 등이 뻐근해질 즈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우리 셋 모두 배가 고파져서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섰다.



한인민박 스텝이 소개해준 식당으로 찾아간 우리 셋. 메뉴판을 보며 한참 고민하다가 우둔살 스테이크(Rump Steak)와 타르타르 (Tartar), 오리 스테이크(Duck Steak)를 시켰다. 타르타르는 생고기를 양념한 것인데 우리나라 육회랑 비슷해서 맛있었다. 럼 스테이크는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약간 핏기가 돌면서 부드럽고 입에 잘근잘근 씹히는 것이 아주 맛있었다. 그런데 오리 스테이크는 직원이 제일 맛나다며 추천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고기가 좀 질겼기 때문이다. 하하.

그런데 고기를 시키면 우리나라에서 밥이 나오듯이 여기서는 항상 감자가 왕창 나왔다. 유럽에서는 감자를 밥처럼 먹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맛있어도 종국에는 매콤한 김치와 알싸한 마늘이 필요해지는 음식들, 이곳 음식들은 느끼해서 맛나게 먹다가도 확 질려버린다. 아무래도 난 토종 한국인인가 보다.



저녁식사를 배부르게 마치고 거리로 나선 우리, 길을 걷다가 장미 아이스크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아까 튈르리 정원에서 장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지만 맛있으니 또 사먹었다. 그 때 초코맛 젤라또를 추가하지 못해 한이 서린 나, 이번에는 야무지게 초코맛도 추가해서 풍성한 장미를 만들었다. 또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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