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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06. 2022

로바니에미에서 따뜻한 모닥불과 사우나 그리고 저녁식사

모닥불과 사우나, 산타마을 노바 스카이랜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

산타마을에서 배부르게 장작불에 구운 연어를 먹고 낚시 체험도 예약을 한 뒤에 노바 스카이랜드 숙소로 돌아왔다. 머무른지 얼마나 되었다고 짐을 풀어 놓은 이 숙소가 우리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둠이 내렸으니 벽난로를 써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준 나무들을 벽난로 안에 잔뜩 집어 넣고서 불을 붙였다.



트득트득거리는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숙소의 불을 다 끄고 타오르는 붉은 불빛을 보았다. 밖으로는 높이 솟은 나무들이 빽빽히 자리 잡은 숲이 보였고 나무 타는 소리만 들려오는 고요한 밤. 핀란드에 와서 느끼고 싶던 겨울의 낭만을 제대로 느꼈다.



벽난로를 피웠으니 이제 몸을 따끈하게 데울 사우나를 하러 가볼까나? 숙소 안에는 사우나가 있어서 머무르는 동안 원없이 사우나를 할 수 있었다. 핀란드의 사우나는 뜨겁게 달궈진 돌에 물을 붓는 방식이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 돌이 들어가 있는 난로 같은 기계에 전원을 켰다. 돌이 뜨끈하게 달궈진 것 같으면 물을 담아 놓은 양동이에서 국자로 물을 퍼서 돌 위에 뿌렸다. 그럼 솨아아- 뜨거운 증기가 사우나 안을 가득 채웠다.



사우나를 하고 나면 체온이 올라가고 땀이 쭉 빠지면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둘이 사우나 안에 들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 위에 물을 뿌리면 솨아아 증기가 올라와 한참 더워졌다가, 곧 있으면 다시 열기는 가라앉고 우린 다시 돌 위에 물을 뿌렸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 있었도 연어로 꽉 찼던 배도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했다. 이제 저녁식사를 할 차례인가?



핀란드 여행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왠지 마지막 날은 근사하게 기념하며 보내고 싶어 노바 스카이랜드 레스토랑에 저녁식사를 예약해 두었다. 사우나를 마치고 깨끗히 씻고 저벅저벅 눈 밭 위를 걸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직원이 축하 메시지가 담긴 작은 카드와 함께 순록 뿔로 만든 작은 열쇠고리를 건네 주었다. 전혀 모르는 이의 축하가 따뜻하게 와 닿았다.



순록 고기와 리조또를 주메뉴로 시키고 고소한 스프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와인은 한 병은 많을 것 같아서 글라스 와인으로 두 잔 주문했다. 차례차례 음식들이 나오고 맛있게 음식들을 즐기며 와인을 홀짝였다. 단 한 잔의 와인이었지만, 분위기에 취한 우리는 몽롱해져갔다. 기분 좋은 취기에 빠지며 와인 잔을 쨍그랑 부딪혀혔고, 우리 둘의 특별한 날을 기념했다.



우리가 핀란드 여행을 오게 되었던 건 제일 원했기 때문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에 빠져 있던 우리는 팔라우 여행을 정해 놓고 비행기 티켓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결혼할 때부터 가고 싶던 북유럽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산타마을을 보고 싶었고, 오로라도 보고 싶었고 하얗게 가득 쌓인 눈과 몹시 시린 겨울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핀란드에 가고 싶어 팔라우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핀란드행 티켓을 다시 끊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두근거리며 설레기 시작했다. 핀란드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보냈었고 결국 우리는 이렇게 로바니에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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