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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07. 2022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의 황홀한 보랏빛 아침 풍경

한겨울에 떠난 핀란드 로바니에미 여행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눈을 뜨니 세상은 푸르스름한 장막이 한 꺼풀 씌워진 것 같았다. 북극권인 로바니에미의 겨울은 아침이 늦게 와서 보통의 아침처럼 밝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스름풋한 빛을 따라 눈을 사부작사부작 밟으며 노바 스카이랜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의 빛깔이 신비로웠다. 아직 밤 기운이 남았는지 하늘은 짙고 푸르스름했다. 지평선 부근에서 해가 떠오르려는지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한 핑크빛과 짙푸른 남색빛깔이 섞여서 하늘은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하얀 눈도 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보랏빛을 잔뜩 머금었는지 푸르렀다. 우리는 한참동안 몽환적인 하늘을 바라 보았다.



차가운 눈밭 위를 걷다가 도착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소소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따뜻한 커피와 햄, 치즈, 빵 등 전형적인 유럽식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별다를 것 없는 메뉴였지만 배가 고팠던터라 맛있게 잘 먹었다. 창박으로 보이던 어둑어둑 보랏빛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게 느껴졌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창 너머로 보이던 쭉쭉 뻗은 나무들, 소파에 앉아 하얀 숲을 바라 보았다. 평화롭고 고요한 겨울냄새 낭낭하게 나는 이런 풍경이 바로 내가 핀란드에서 느끼고 싶었던 그런 모습이었다. 어느 엽서 속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포근한 한겨울 풍경을 이렇게 눈앞에 두고 차를 마시고 있다니, 황홀했다. 벽난로를 피워 따뜻한 숙소 안에서 보니 하얀 눈 쌓인 풍경이 그저 따스하게만 보였다.



숙소 안에서 따뜻하게 몸을 데운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우리가 핀란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이니 만큼 오늘밤은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을 해먹어 보기로 했다. 그럴려면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와야했으니, 커다란 가방을 매고서 로바니에미 시내에 가보기로 했다.





은은한 아침 햇살이 깔린 산타마을, 둘 다 가방을 하나씩 매고 하얀 눈밭 위를 걸어갔다. 목적지는 산타마을 버스정류장. 어제 보았던 순록 진저와 브레드는 하얀 눈 속에 얼굴을 파묵고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하얀 눈을 물처럼 먹는 것일까? 저벅저벅 우리가 눈 밟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제 막 아침을 맞은 산타마을에는 아직도 밤처럼 불빛들이 반짝였다. 트리에는 반짝이는 별처럼 작은 전구들이 반짝였고, 산타 얼굴이 그려진 지붕에는 노란 불빛이 어른거렸다. 서서히 밝아져 오는 세상을 맞이하며 우리는 산타클로스 빌리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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