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 되는 것이 생각보다 꽤 어렵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두려움에 떨며 신청서를 제출한 지 딱 5일 만이다. 한 번만에 넘어왔으니 수월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나는 오히려 떨어질까 봐 지레 겁먹고 열 개의 글을 저장하고 신청 레퍼런스에 블로그 주소까지 바리바리 달아뒀다. (덕분에 써놓고 서로이웃 한정으로 빛을 보던 블로그 글들은 약 사 년 만에 세상 구경을 좀 했다.) 아무쪼록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를 오히려 떨어트렸으면 서운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글쓰기가 슬슬 질린다, 싶을 때쯤에 작가 신청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말이다. 나는 사실 글쓰기가 더는 즐겁지 않게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면 '고통스럽'다. 뭔가 잘 써내야 할 것 같다는 마음, 그리고 그에 반해 잘 써지지 않는 나의 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더욱 그렇다. 으레 작가 하면 생각나는 -술술 써지는 글, 쉽게 읽히는 글-을 나는 쓰고 있는가? 예, 보다는 아니오, 라는 답이 먼저 나온다. 직함을 숨겨야 할 판이다. 이유 없는 부끄러움은 어디서 나오는가.
아마도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글쓰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가는 길이 곧 정답이겠거니 하고 싶어도 분명히 '잘 쓴 글'은 존재한다. 헤밍웨이, 헤세, 셰익스피어의 글을 못썼다,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무엇이 잘 쓴 글이냐 하면 또 모르겠다. 짧고 간결한 글이 마음을 울릴 때도 있지만 길게 묘사한 글 역시 그 본연의 맛이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내 것은 이것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글 쓰는 데 투자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글이 밉고 못나보이는 건 어째서일까. 거울 자꾸 들여다볼수록 내 얼굴의 단점이 보이는 그런 기분이다.
물론 돌이켜 보면 글쓰기 연습이 마냥 의미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고통 없는 발전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나는 정말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썼다.
물론 쓰고 싶을 때, 영감이 있을 때 글을 쓴다면 그 글은 확실하게 괜찮은 글이 된다. 소재나 구성이 명확하게 그려진 상태로 시작하는 작업이니까. 다만 그 '벼락'같은 글내림이 없을 때는 나는 완전히 벙어리였다.
그걸 여실히 느꼈던 게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교내 글쓰기 모임에 나갔었다. 모임의 취지는 '죽은 글쓰기 근육 살리기'였다. 무엇이든 적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정말 아무 말이든 상관없이 일단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고 실제로 아무도 첨언하지도, 평가를 내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쓸 수 없었다. 소재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단 한 자도 써내리지 못한 채 돌아왔더랬다.
그제서야 작가라는 직업의 고됨을 느꼈다. 작가는 쓰고 싶을 때만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무언가 쓸 거리가 없어도 찾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작가인 것이다. 어떻게든 적절한 주제를 골라 예쁘게 버무려서,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있는 재료 조합해서 요리해왔던 내게 '재료 수집' 부터 시작하는 퀘스트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니 더는 글쓰기가 즐겁지 않아졌던 게 아닐까.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덕질, 좋아하는 것이 곧 업, 직업이 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벌고 살기,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세상 좀 살아본 사람들은 말한다. '덕업일치'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좋아하던 것도 일이 되면 불행해진다고. 글쓰기와 나의 관계가 딱 그렇다. 내킬 때만 쓰던 글이 써야 하는 것이 되니까 힘들어졌다. 나의 눈에만 들면 되던 글이 남의 눈에까지 들어야 하니 더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잘 쓴 글을 다수 접하게 되니까 더 내 글이 미워졌다. 아무래도 나도 이번 생에 덕업일치를 이루기엔 힘든가 보다.
하지만 그만큼 뒤집어 생각하면 내가 이 '글쓰기'라는 행위를 좀더 진심으로 대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있으면 그만, 없으면 그만이던 이 글쓰기는 이제 더는 내 곁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나의 일부를 이루는,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글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지 않고는 나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또 그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글 주제를 뽑아내야 하니 가는 모든 곳에서 글 소재를 구상한다. 결국 글이 내 인생이 되고 직업이 되었다. 글을 미워한다 말하면서 그 누구보다 글을 사랑하고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아무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제는 내 생각과 나의 시선을 공식적인 플랫폼으로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더더욱 글쓰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재미있게 내 글을 읽길 바란다. 내 고통과 고뇌를 짜내 낳은 자식같은 글들이 그대에게 가 닿길 바란다. 글을 위해 들인 노력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 구성은 꽤나 괜찮아질 테니 말이다. 화면 뒤에서 피나는 노력은 작가인 내가 할 테니, 독자들은 그저 즐겨주고 공감해 주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글쓰기를 즐겁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즐겁게 읽는 독자들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울 테니 결국 '글쓰기'에 대한 감정 총량은 즐거운 쪽이 우세한 걸로. 그러니 나의 감정을 결정짓는 독자들은 이 글을 부디 기쁘고 즐겁게 읽어 주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