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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핏 May 26. 2017

미쳐 날뛰는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역할에 대한 걱정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다. 한 달 전 1 BTC = $1157.52 , 1 ETH = $135.01이었던 것이 5월 251 BTC = $2476.44, 1 ETH = $188.54로 각각 90.22%, 266.98%씩 가격이 뛰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슬슬 폭락의 징조가 나타나는 듯 하다.) 아마도 얼마전 세계적 이슈였던 랜섬웨어 WannaCry가 잠긴 파일을 풀어주는 댓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자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덩달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쨌든 '하루만에 수 백만원을 벌었다', '올해들어 가치가 2400% 뛰어올랐다' 등등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좀 벌어보고자 거래소에 가입하여 매수에 나서고 있다. 주식이나 로또와 같이 내 능력 밖의 요인, 즉 운이나 요행에 의해 돈을 버는 것을 원체 싫어하는 나도 두 달 전 시험 삼아 구입했던 1만원 어치의 이더리움이 6만원이 되어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하긴 하다.


최근 한 달 동안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변화 (http://coinbase.com)



그런데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코인으로 돈을 버네 못 버네의 문제와 별개로 마음 한켠에 계속 찜찜한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암호화폐가 가져올 것이라 믿었던 다양한 사회적 효용이 이러한 극심한 가격 변동 속에서 과연 장밋빛 미래로서 다가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내가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것이 현금이든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돈이든 신용카드든, 기존의 화폐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저장, 교환 수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덕분에 은행에 접근조차 할 수 없던 제 3세계의 사람들도 가치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저렴한 수수료로 빠르게 해외 송금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더리움 덕분에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들이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서 각 주체들은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지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격 변동이 심한 화폐가 앞으로 화폐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타지에서 힘들게 벌어서 오늘 본국으로 보낸 10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이 내일 우리 가족들이 출금할 땐 80만원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면? 이더리움 기반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돈을 버는 사업자의 매출이 이더리움 가격에 따라 매달 들쑥날쑥 한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지금 나와있는 암호화폐들은 인플레이션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총 발행량과 발행 주기를 미리 정해놓았다. 공급이 고정되어있다보니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암호화폐가 널리 사용될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냄새를 맡은 자본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가격을 더욱 더 널뛰기하게 만든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정부의 규제가 있어야하는데 중간자의 개입으로 인한 비효율과 불투명성을 없애고자 탄생한 암호화폐를 어떤 식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 아직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아무튼 암호화폐가 지금의 과도기를 잘 넘겨 주식과 같은 투자 수단으로, 그것을 넘어 일확천금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그 효용 가치가 충분히 빛을 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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