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늦지만, 느리지만 어쨋든 나는 초등교사가 된다
초등임용.
사실 대학교 4학년때 까지 나는 이 시험을 교대만 나오면 누구나 붙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남들은 초수, 재수만 하면 다 붙는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티오도 점점 줄어가는 이 임고판에서 나는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을 이 시험 하나에 매달려 준비하게 되었다. 그 시간동안 지망 지역도 바꾸고, 나이도 먹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 지난 주, 최종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게 되었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마냥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났다. 바로 엄마한테 전화하는데 자동으로 터지는 눈물이라니 난 내가 불합격을 해야만 울줄 알았단 말이다. 아마 또 이 지겨운 공부를 안해도 된다는 안도감과, 난생처음 마주하는 최종합격이라는 글자 때문에 눈물이 났나 보다.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동안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물론 거짓이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딱 1차시험이 닥쳤을때, 2차시험이 닥쳤을때, 그리고 각각의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만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4수생이 되니까 나이도 그렇고, 꼭 붙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유독 심해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만 지금 거의 2~3키로가 빠진 상태라 내 올해 목표는 운동해서 코어키우기와 살찌우기가 되어버렸고... ㅠㅠ
사실 그래서 4월달 쯤인가 신나는 글쓰기 활동을 하며 많은 힐링을 했다. 일단 내가 기간제고 뭐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글쓰기를 통해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글쓰기를 하면서 차분해졌고, 또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쓰니까 갑자기 무슨 홍보라도 하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재미있었다는게 사실이니까!
그리곤 그냥 덕질과, 일주일에 두번 만나는 소중한 내 친구이자 스터디원과의 스터디시간 같은 걸로 버텼던 것 같다. 그런 요소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나 코시국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친구들도 대부분 타지역에 근무하고 있어서 잘 만나질 못했다. 그래, 아무리 내가 집순이라도 사람을 아예 못만나는건 정신적으로 좀 괴롭긴 하지.
감사한 건, 부모님이 심한 압박감을 주는 분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걱정이 많으셨겠지만, 말이라도 네가 올해도 집에 있어서 우리한테 효도를 다 하네~ 라고ㅋㅋㅋㅋ 해주셔서 큰 압박감 없이 수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우리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ㅈㄹ총량의 법칙이라고, 사람은 한평생 떨 ㅈㄹ의 총량이 있다고. (혹시 모르니 초성으로 ㅎㅎ) 생각해보면 이 기나긴 시간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엔 그 말도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거의 절반을 공부로 보냈으니 이정도면 내 ㅈㄹ의 양도 꽤 많이 소비되었겠지 싶다. 또, 누구나 온다는 사춘기의 반항 같은 것도 없이 커서 지금 힘든걸 연속으로 겪은건가? 싶기도 하다.
웃긴건 합격하고 나서도 또 다른 걱정거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가령, 발령지를 선택하는 문제라든지, 거길 튕기면 인프라가 적은 곳으로 가는 건 아닌지, 그럼 운전연습이라도 해야하는 건 아닌지, 발령나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지, 내가 애들을 잘 다룰 수 있을까 라든지.... 이전과는 또 다른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생겨나고 있다. 조상신께 제발 합격만 하게 해주세요할때는 이제 제발 내 인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막상 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자 또 고민거리들이 생겨나고... 이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고민이 해결되고, 또 고민이 시작되고,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게 아닐까?
지금도 나는 걱정이 많다. 가령, 그 기나긴 수험기간동안 한번도 기간제라든지, 시간강사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몇번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할려니 무섭기도 하다는 거다. 그래서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또 경제, 학급경영 관련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읽어보려고 계획도 세워두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등수를 보니 내가 1학기 안에 발령이 날 것 같진 않으니 이 모든걸 계획을 세워서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솔직히 뒷등수인게 난 너무 좋다^^... 나에겐 공부걱정없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하다.
이제 내가 쓰고 싶었던 글도 마음껏 쓰고,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읽고, 아무튼 다양한 걸 경험해봐야지! 비록 지금 코시국이라 해외여행은 못가겠지만.. 벌써 버킷리스트에 적어놓은 항목 중에서 <보컬트레이닝 취미반 등록하기>를 실천하고 있으니! 내가 드디어 어떤 직업이라는 걸 가진다는 사실이 아직은 낯설지만, 이 길도 잘 갈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