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be happy!
J에게
나에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단다. 처음에는 내가 살다살다 법원에서 우편물도 받아보고 얼탱이가 없었지만 난 무서운건 아니었어.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거든. 그래서 니가 나에게 두손두발로 빌었을 때 사실 조금은 어이가 없었어.
다만 황당했고, 법원에 출두해야 했고 그 모든 과정이 귀찮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판사님께 아니 판사님 제가 이렇게 계속 와야 해요? 라고 물어봤을 정도...
그러나 어찌됐든 내가 J너와 같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관계로 그 진행상황을 다 옆에서 보게 되었지 서로 주고받는 답변서들과 2개월만에 눈에 뭐가 씌여서 결혼까지 했다가 십년만에 무너지는 광경들을 다 보면서 소설로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 작가들이 가장 원하는게 소설을 쓸만한 재료와 영감이라는데 나는 웬걸. 그걸 온 몸으로 겪고 있잖니. 더군다나 내 상식에서는 (어디까지나 내상식) 2개월만에 결혼이라는걸 할 수가 없어서 그저 답변서들이 신기했을 뿐.
어찌 보면 너의 ex 덕분에 나는 문학상에 응모하여 가작이라도 당선됐는지 몰라..
11월말에 상패가 온다고 하니 그때 보여줌세! ㅋ
거기다가 사실 나는 순수 소설을 지망하는 비록 회사원이지만 마음만은 "나도 저것쯤은 쓸 수 있는데..." 하는 이루지 못한 소설가의 꿈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해서 이 브런치 블로그에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소설을 써보기도 하고 몇달만에 읽었다가 다시 오글거려서 지우기도 했었어. 그러다가 아 그냥 가볍게 웹소설로 시작해.. 치정, 살인, 재밌짆아. 요새 순수문학 안읽어 라는 주영언니의 조언에 따라 그리고 연봉 1억대 후반이 훨씬 넘어가는 워킹맘 주영언니가 날라리 십대나 읽을것 같다는 웹소설의 팬이라고 하자 아 그럼 가볍게 가봐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아무튼 이것저것 워딩도 쉽게 끄적이던 내 블로그 주소까지 알아내어 (페북 주소는 또 어찌 알아냈을까? ㅎㅎ)
아무 생각없이 끄적인 어떤 소설의 배경이 될 법한 글의 한 페이지를 제출하는 것 보고 나는 미안하지만 너의 ex가 정신병이 있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또 너는 거기서 끊임없이 니 ex대신 나에게 사과를 구했더랬지..
나를 이상한 여자 취급하는 너의 ex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지만 나중에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그녀가 불쌍하다가 나중에는 너가 불쌍해지더라.
진짜 돈돈돈 거렸겠구나...그래서 스스로가 별거를 선택하고 애들 옷과 지 옷까지 다 챙겨서 심지어 결혼패물까지 챙겨서 나갔으면서 거기다가 니 퇴직금으로 산 경차까지 챙겨나갔을 정도면 그래, 그런 성격이면 너가 참 불행하겠다 싶은거야. 보통 여자라면 퉤퉤퉤 아 됐어, 재수없는 차 안갖고 가. 니꺼 니가 가져. 이랬을텐데 그것까지 차에 실어간 그녀는 왜 그랬을까..
또 머리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거든. 나라면 신랑이랑 별거를 선택하고 내 스스로 집을 나가는 과정에서 뭘 챙겨갔을까? 결혼반지? 그거 챙겨서 뭐해. 어디 까르띠에서 했니? 팔아도 돈 좀 되게? 그거 아니라면 재수없는 결혼반지도 안챙겨, 차... 내 돈주고 산 내 차면 챙기지..근데 제주 내려오기 전에 니가 받은 퇴직금으로 신랑이 사준 차를 굳이 내꺼라고 시월드에게 말하며 챙겼을까 그것도 아냐.. 애들 데리고 다 나가는거면 애들 짐은 챙겼을 것 같아. 근데 나는 차니 노트북이나 안챙겨.. 더럽고 치사하고 뭣보다 물건들이 재수없어서...
그래서 너에게 물어봤잖아. 좀 너의 ex가 가난하게 커서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건지. 근데 넌 그것도 아니라며..
왜 그렇게 몰래몰래 재산을 숨기며 달달 볶았을까, 왜 너나 너의 ex는 이 좋은 땅 제주에서 그러고 살았을까..
너는 치가 떨리게 싫다고 했지? 쳐다보기도 싫다고. 니 인생에서 지우고 싶다고..뭐 그렇게 나에게 너의 억울한 지나버린 10년에 대해서 털어놔 봐야 뭐하겠니 니 말마따나 난 직장생활 8년동안 그만두고 놀기를 반복하면서도 행복한데, 너는 결혼 10년 세월을 잃어버리고 빚만 남긴 채 이혼하게 생겼더구나.. 쯧쯧 불쌍한 내 동료같으니라고..
엄마 아프시지, 계속 제주서울 왔다갔다 하면서 신경쓰지, 볼때마다 몰골이 말이 아니더구나.
잘 버텨... 대책없이 긍정적인 J 너가 죽고 싶다, 이렇게 빚쟁이로 살아서 뭐하나... 그런 말 하면 왠지 너는 못견디고 자취를 감추고 사라질 것만 같아.
잘 버텨. 버티면 다 지나가잖아. 니 말마따나 이혼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다고.
그러길래.. 외로워서 결혼하면 망한다는 선배들의 말이 딱 맞나부다...누가 캐나다 가서 얼마 안되는 한인에 꽂혀서 결혼하니, 유학 다녀와서 니 수준에 맞는 맞벌이 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지...
친구들이 다 뜯어말릴 때 눈 돌아 있다가, 나 얘 좋은것 같은데, 얘는 심지어 종교도 같고... 그리고 결혼..그리고 여행자 처럼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자마자 결혼 후회.. 근데 애는 낳았어, 또. 아이구 한심.
이럴때 보면 아직까지 결혼 안하고 후리한 나의 삶이 니 덕분에 내가 머치 머치 머치 모어 행복한 느낌.
이제 내년부터는 좀 행복해져.
오가는 답변서들 관심없어. 하지만 ex덕분에 지저분한 상황을 아무 상관없는 제 3자인 내가 알아버렸으니 ex도 좀 챙피하긴 할거야... 심지어 판사님이 소 취하하라고 지난 5월 말씀하셨는데도 뭐 액션 하나 없이 묵묵부답...어쩌겠니, 따라서 나도 끝까지 구경하는 수밖에.. 너도 그랬지 남의집 일을 불구경하듯 보고있는 나를 보니 챙피하다고...
너가 그런데 ex는 얼마나 뒤통수가 뜨겁겠니..
같은 과장으로 동등하게 서로 회사 욕하는 욕메이트로 열심히 일했는데, 가정사가 까발려지는 챙피함... 거기서 오는 미안함은 이제 그만 거두렴..
그리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렴. 백세인생..
너도 연민이라도 있으면 좀 그녀의 행복을 빌어줘.
아직 젊은데, 가난한 너같은 가난한 사람 말고 돈많은 목사 신랑이라도 만나서 풍족한 노후를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