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contact phobia)
포비아 라는 말이 남발되면서 뭐 요새 젊은 사람들이 전화 통화 하는걸 두려워 하는걸 '콜 포비아'라고까지 부른다는걸 알았다. 그 외에도 뭐 가장 일반화 됐던 포비아의 시발점이 고소공포증, 즉 하이포비아 였고...그 외에 뭐 폐소공포증이니 폐쇄공포증이니 피 공포증이니... 마치 싫어하는 단어 하나에 포비아만 갖다붙인것 처럼 포비아 라는 어휘가 확대된 걸로 안다.
나는 어떤가 생각해본다. 나 역시 웬만큼 친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콜보다 카톡 메시지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뭐 포비아 수준까진 아닌 듯 하다. 높은 곳을 싫어해서 벼랑 끝에서서 밑은 못 쳐다보지만 비행기를 타는데는 문제가 없다. 뭐 피철갑을 한 살인현장을 보면 피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모르겟으나 손을 베거나 병원가서 피뽑는 수준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이 나와 비슷하리라 본다. 너무 익스트림으로 가지만 않는다면야 뭐 포비아 수준으로 마음이 힘들진 않겠지.
그러다가 문득 십 수년만에 연락이 온 지인의 톡을 보고 굉장한 당혹스러움과 찝찝함을 넘어선 불쾌감을 느끼게 됐다. 문득 나에게 contact phobia (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동성이든 이성이든지 간에 싸워서 서로 합의하에 연락을 안하게 되는, 즉, 손절하게 되는 인연들 말고....우리의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안보게 되는 그런 만남들이 있다. 보통 시절인연이라고 하는데.... 마흔살 까지 살면서 그런 시절 인연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학교 친구, 직장 동료, 그리고 그 외에 각종 단체에서 알게 되어 한때 매일같이 (혹은 자주) 연락하다가 인생의 phase가 변함에 따라 물 흐르듯이 사라지는 관계들이 내 나이만큼이나 참 많았다.
가끔 생각이 나는 사람들도 있고, 전혀 기억 에서 조차 없는 인연들이 있는데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뭐 새삼 카톡의 숨은 지인들을 찾아서 연락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의 인생에 come and go 하는 사람들이나 언제나 있는 거고, 또 그렇게 뚜벅뚜벅 각자의 인생을 앞으로 살아 나가는 것이니까.
근데 요새 부쩍 몇 년 만에. (길게는 십수년 전에 알고 서서히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 톡으로 전화로 잘 지내지? 하고 연락이 오는데 너무나 당황스럽다.
갑자기?
왜?
이제와서?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응, 나 잘지내. 이렇게 빈말을 주고 받기도 싫으며 어디 살아? 라는 말에 응 어디서 뭐하면서 살아 이렇게 내 신상을 까기도 싫은 마음....
정말 나란 사람은 인간관계가 편협하기 그지 없고, 연락포비아가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됐다.
첫사랑도 아닌데 갑자기 잘 지내나 궁금해서, '프사'보니까 행복해 보인다며 전화하는 오지라퍼의 심리가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조용히 각자의 인생에 집중하며 살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