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두루뭉술하게 나이 든 것 같다.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고 둥글고 모난데 없이 그저 무던히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다. 직장 동료나 후배 그리고 상사를 가족같이 때로는 마치 형님, 동생인 것 마냥 여기며 일을 맡기거나 받아왔다.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족 같은 직장을 꾸려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다 큰코다치기 시작했다.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는예전부터 좀처럼 내 입에 착 달라붙지 않았다. 인구 통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대 분류 용어와 정의는 문화권이나 나라, 정의하는 기관들마다 다른 것 같더라. 그 와중에 미국의 한 유명한 통계 연구기관은 뚝심 있게 이렇게 나눠놓았다. △사일런트 세대(~1945년생)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X세대(1965~1980년생)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Z세대(1997년생~)로 세대를 구분한다. [출처=PewResearchCenter, 2018년]
여기에 더해 요즘 언론 매체나 각종 책,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MZ세대(1981~2010년생)'는 밀레니얼 세대(M)와 Z세대의 합성어인데, 2022년 현재 나이 대략 14세부터 42세 정도를 지칭하는 셈이다.
MZ세대의 특성(출처=신한카드)
이들이 현재 문화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세대라는데, 그 연령의 지칭 범위가 너무 넓다. 그런데도 섭섭하게끔 그 넓은 범위에 '나'를 쏙 빼먹었다.
나는 주축 세대가 아니란 말인가. 회사에 근무하며 입가에 '세대차이'란 단어를 갖다 붙이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 애들은" 이것도 함부로 소리 내어 말하면 성대모사에 능한 후배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MZ 세대가 중요시한다는 '워라밸'은 MZ 아닌 나에게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저들이 추구하는 '사고의 자유'는 내가 늘 원해온 것이다. 그들이 증오하는 '사생활 간섭'은 나 역시도 질색이다. '실속'과 '편리' 또한 이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없다.
실속과 편리가 우선이어서일까. 요즘은 회사에서도 원 One 페이지 보고를 장려하고 첨부 문서에 다시 첨부 파일을 끼워 넣는 행위는 구태의 전형으로 여긴다. 어느 글로벌 컴퍼니에서는 아예 PPT 보고서를 금지하는 경우도 보았다. 충분히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
그래도 보고하고 작성할 건 해야 한다. 두서없는 이야기만으로 일의 요지를 설명하려는 것은 어느 특정 세대의 특징이 아니라 그냥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본다.
일의 경계선 이른바 R&R(Roll and Responsibillity)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세대 간 격차는 확연해 보인다. 누군가는 거부감이 들 수 얘기이겠다. 근래 다수가 경계선 상의 일에 대해 '네 거', '내 거', '사각지대'로 3선을 잘 긋는다. 그래야 일이 쉽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일도 어찌 되었든 진행되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역할을 만들 것이며,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때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럴 때마다 '너님'들만 쏙 빠지는 거니. '너님'들은 월급 안 받나.
습관상 날이 더워도 에어컨을 자주 가동하는 편이 아닌데 어느 해 여름부터인가.. 에어컨 '풀가동'이 필요해졌다. 매년 여름 더위가 갈수록 최고치를 경신하는 듯하다. 어릴 적엔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여름 나기'가 거뜬했는데 더위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한 해가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주말 오후 한때 에어컨을 '흥청망청' 풀가동하고 있다가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건넨 장난 반 진담 반은 이랬다. "재벌이야?"
이미지 갈무리(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papatonybear)
SK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그램.. 재벌 회장님도 치실 길게 뽑아썼다고 꾸중 듣는데, 내가 잘못했네. 했어.
피식 웃던 아내가 에어컨 바람에 얹어 선풍기를 틀었는데, 에어컨 바람이 집안 곳곳 잘 흘러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집안 저 멀리 에어컨 '사각지대'에까지 말이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 선풍기 두대 중 하나는 목받침의 수명이 다했는데, 아내의 재치 있는 응급처치로 현재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무더운 더위, 에어컨이 당연할지언정 선풍기의 역할은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일터에서 MZ가 아니어서 소외된 이들에게 전하는 말
곧 여름이 온다. 불볕더위, 그 이상으로 여러분을 들끓게 만들 세대 갈등 또한 기승을 부릴 준비를 모두 마쳤다. 괜히 분을 못 이겨 열내지 말고 부디 마음속 선풍기를 준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