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2025년 12월 1일

참깨라면을 먹다가

by 재현가능성

참깨라면을 처음 입에 대본 것은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던 때였다. 수고로운 학벌 취득 노동에 대한 위안으로 매일 밤 10시마다 새참이 제공되었는데, 그 날은 공급이 원할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 옆에 있는 마트에 가 라면을 사오기로 했다.


나는 기숙사 내 비주류였는데 인격적, 지적 결함을 떠나 공동의 취향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 말에 웃고 떠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인간관계와 학점 피해를 최소화하는 삶을 추구했다. 강을 따라 흐르지도 거스르지도 못하는 못미더운 자갈이었으나, 흐름에 섞여 풍화되고 싶다는 10대 특유의 간지러운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트에 도착하자 가장 시끄러운 아이가 참깨라면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참깨라면의 고소함이 참된 맛이었으니 다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적인 신체와 미모와 최상위권 성적을 소유한 아이가 여기에 동참했다. 그러자 나도 참깨라면이 필요해졌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기 위한 첫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매운 라면을 위주로 먹던 나에게, 순한 고소함은 피가 흐릿하게 맺힌, 검은 지느러미의 오목하게 날선 비린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날 내가 왜 국물까지 다 먹었는지는 아직도 설명할 길이 없다. 졸업 이후 참깨라면을 허락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내 라면을 먹고 살았다.


월요일 아침 순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큰컵은 양이, 작은 것들은 색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참깨라면을 다시 끓였다. 감칠맛이 적다. 고소함이 지나쳐 느끼하다. 달걀은 너무 가볍다. 가격은 1400원으로 올랐다. 주체성을 찾으니 가벼운 그리움이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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