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앉아있다가
새 집을 구했다. 상식적인 노력으로 비상식적인 구매를 했다. 덕지덕지 붙은 타인의 살점을 뜯어내고 녹슨 문고리를 바꾸며 공간을 꾸며나갔다. 보통의 인간으로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전 집주인의 일상을 파괴하고 우리의 것으로 다시 채운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찬장은 무척이나 비어있었다. 몇 년전 부모님에게서 쓰지 않는 식기를 물려받았다. 엄마는 집에 손님이 오면 식기가 더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으나, 나는 둘 공간이 없다며 거절했다. 솔직한 이유는 초대할 사람이 없어서였다. 뉴스에도 나오지 못할 냉담한 사고사례로 벗들과 갈라선 후 고립을 유지해왔다. 어느 누구하고도 그리 멀지 떨어져 살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하고도 가까워지는 것이 점차 피로해졌다. 이제 나는 노곤함을 이겨낼 수가 없다.
글을 실을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학창 시절 내 시에 제목을 지어주던 친구들이 있었다. 이제는 내 글에 붙일 제목을 찾아 발품을 판다. 글삯을 받기는 점차 어려워졌다. 읽히지 못하는 글이 적혀갈수록 내 노트는 무거워진다. 글쓰기는 결국 부동산의 문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