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

님의 침묵이 아닌 님의 지적

by 뢰렉신
키스가 더 좋아요


피우던 담배의 불똥을 손가락을 털어내며 그녀는 말했다.


“키스 전에 상대의 눈을 보면, 상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를 원하는 지 알 수 가 있죠.


상대의 입술과 내 입술이 닿으면서, 점막과 점막의 끈적이는 무언가를 서로 흡입하게 되고, 몽롱해진 머리 속에 유영하는 빛의 알갱이들이 마블링 처럼 모양을 만들어 내면서, 다시 그것들이 만화경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팔각형, 십이각형으로 빙글빙글 패턴을 만들어 내요.


굉장한 기분이예요. 온몸이 나른해 지면서 꿈속을 헤매는 것도 같고, 실눈을 뜨고 상대를 보면,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섹스는 끝이나면, 서로 몸을 추스리느라 잠시 단절된 느낌이 들면서 뭔가 허전해지고, 후회되고, 피곤이 몰려 오지만, 키스는 달라요.

언제까지나 계속 그 기분을 느끼고 싶죠.


그리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쉬워 하면서 애틋한 눈으로 서로를 다시 지켜봐요.그 때 읽을 수 있어요. 상대의 열정과 감동을”


그녀는 나에게 끊임 없이 키 예찬론을 펼쳐놓기 시작하였다.



벤치를 비추고 있는 가로등의 불빛에 잠시 현기증이 났다.


툭툭 털어내듯 는 벤치에서 일어났고, 그녀는 다시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얘기 잘 들었어요. 저도 지금 생각해 보니, 키스가 더 좋은 것 같군요.”



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갑자기 나의 손을 획 낚아 챈 그녀가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벤치 앞에서 서서 키스를 주고 받았다.



“당신이 감정 표현에 서투른건 눈치 챘지만, 생각보다 버릇이 더 잘못 들었군요”


키스가 끝나고 나 그녀의 냉소적인 한마디였다.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녀는 큰 걸음으로 저벅저벅 공원의 정문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그녀와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회사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휴게실에서 그녀가 일하던 부서 사람들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그녀가 다른 곳으로 회사를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는 그녀가 회사를 옮긴 것이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먹해진 사이가 여간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원에서의 키스 이후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내 가슴에 박혀 절대 뽑아 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버릇이 잘 못 들었다.
버릇이..


는 그 말에 만의 비밀… 만이 알고 있을꺼라는 자신의 어느 부분을 그녀에게 들킨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경외하는 마음이 들었다.


상대의 다가옴에 내 다가감은 늘 한 두박자 더뎠다.

상대의 갈구함이 정점을 넘어 급속도로 시들어 떨어질 때

나는 그때 쯤 서서히 감정을 탄탄히 다듬고 올려세우고 있었다.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감정에 너무 신중과 착실함을 내세웠다. 그게 늘 관계 진전의 문제였고 그게 늘 어긋나는 관계를 만들어 왔다. 나는 이런 내 태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누구에게 듣거나 지적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의 단 한번의 키스에서

상대방의 감정 흐름에 맞게 내 감정을 잘 못키우는 치명적 단점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교육받고 싶었다.

그녀의 솔직함과 과감함, 그리고 행동력을 통해

어쩌면 내 감정의 워밍업을 빠르게 태울 수 있는 방법, 상대의 감정의 진행에 내 감정의 발란스를 늦지않게 고조 시키는 뭔가의 방법.

그녀는 그것을 내게 가르쳐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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