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려 하지 않는 습관
그는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뺏어
한 모금 깊이 빨아들였다 내쉬었다.
그리곤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손가락으로
만져 부셔트리며 말했다.
"사랑은 이루어지면, 그 순간부터 퇴색이 시작되는 거야."
그녀는 다시 담뱃갑에서 새 담배를 피워 물고 불을 붙였다.
주변 공기를 다 빨아들이듯,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허공에 긴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그래서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녀는 말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름다워.
채울 수 없기에 그만큼의 아쉬움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지."
그는 단도직입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옥상 위에서 본 하늘은 파랬다.
하얀 구름이 떠있었지만 하늘의 파란색을 이기지는 못했다.
햇살을 가린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저 새들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와 그녀,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웠다.
몇 백 년이 지난 것 같은 얼마 후 담배 불똥을
탁, 털어버린 그는 엉덩이를 털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으로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옥상 철재 계단을 내려갔다.
옥상 벤치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그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안녕. 캐이.... 안녕....'
사람은 늘 채워지면 비워지기를 갈망합니다.
또 비워지면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지요.
이런 반복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예 채우려 하지 않는 습관을
오래전부터 시도했습니다.
채우려는 욕망보다,
비우려는 오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인드의 균형을 얼마만큼 잘 유지하느냐가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갈망하지 않으니 오만함이 없어져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 않는,
상처를 주지 않는 균형감이 생기더군요.
사랑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갈망하지 않고,
내게 생긴 사랑에 감사하고,
어린아이가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우와~'하며
마냥 신기해하고 폴짝폴짝 기뻐한다면
상처를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없어 보입니다.
선물을 받으면 기쁘잖아요.
돌려줄 일도,
돌려받을 일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선물이 사랑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