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에 들어가며
쉼 이란
나는 내일부터 휴직에 들어간다.
달력 위에 표시해 둔 그 날짜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낯선 설렘과 동시에 묘한 두려움이 스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리듬으로 돌아가던 일상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나에게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멈춤의 선택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쉼을 늘 미뤄두고 살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
“다음 프로젝트만 끝내면 쉴 수 있겠지.”
이렇게 스스로에게 약속하면서도 정작 그 시간은 오지 않았다. 쉼은 나중의 일로 밀려났고,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결국, 멈춤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휴직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쉼이란 단순히 일을 내려놓는 게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내 안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다. 숨 가쁘게 달리느라 지나쳐버린 풍경을 돌아보고, 무심히 흘려보낸 내 마음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주는 것이다. 휴직은 그래서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의도적인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쉼을 두려워한다.
멈추면 뒤처질까, 쉬는 동안 잃어버릴 게 많을까, 불안해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쉼은 도태가 아니라 회복이며,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숨을 고르지 않고 달리기만 한다면 결국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쉼은 나약함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내기 위한 지혜다.
이번 휴직 동안 나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거창한 여행도, 대단한 목표도 없다. 대신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쉼을 찾고 싶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 일,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일,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일. 그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을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쉼이란 결국, 내가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시간이다.
세상이 멈추라고 해주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에게 멈춤을 허락하는 순간.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숨을 쉬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내게 주어진 이번 휴직은 그래서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짓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