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가시간이란 무엇인가

by 레실

예전의 나는 여가시간을 그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남은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일을 하고, 약속을 지키고, 해야 할 공부를 하고, 해야 할 연락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시간. 그래서 여가시간은 늘 뒤로 밀렸고, 어떤 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가시간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바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무언가를 배우고, 계획하고, 움직이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할 때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마음은 텅 빈 느낌,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 삶을 사는 감각은 줄어드는 느낌. 그럴 때마다 여가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여가시간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내가 말하는 여가시간은 조금 더 적극적인 의미에 가깝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천천히 산책하며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 누군가 보기에는 생산적이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가장 많이 회복된다.


여가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이 내 감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해야 할 일들에 밀려 내 감정은 늘 뒤로 밀린다. 괜찮은지, 지쳤는지, 설레는지, 공허한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여가시간 속에서는 비로소 내 마음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 지금 내가 무엇에 지쳤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조금은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


어쩌면 여가시간은 ‘멈춤’의 시간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더 잘 달리기 위해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을 점검하는 시간. 그래서 나는 여가시간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삶을 오래, 건강하게, 그리고 나답게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나는 여가시간을 잘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쉬는 순간에도 괜히 불안해지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수록 더 의식적으로 여가시간을 지키려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여유를 남겨두는 일도 결국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에게 여가시간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시간이다.

세상의 기준이나 속도가 아니라, 내 호흡으로 삶을 다시 맞춰보는 시간. 해야 하는 일들 사이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그래서 여가시간은 단순히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일부러 남겨두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쉬기 위해 여가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여가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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