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표를 설계한다

by 레실

예전의 나는 목표를 세울 때마다 마음부터 앞섰다.

잘하고 싶었고, 빨리 성장하고 싶었고, 누구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늘 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간절한 마음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했다.


열심히 해야지.

더 잘해야지.

이번에는 꼭 해내야지.


그렇게 다짐하던 날들은 많았지만, 다짐이 내 삶을 끝까지 끌고 가주지는 못했다.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렸고, 하루는 생각보다 금방 무너졌다.

회사 일이 바빠지면 계획은 미뤄졌고, 컨디션이 떨어지면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이었다는 걸.


나는 목표를 세우는 데만 집중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하루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충분히 설계하지 않았다.

결과를 원했지만, 과정이 놓일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목표를 세운다는 말보다, 목표를 설계한다는 말이 더 맞다고 느끼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목표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랬고, 일본에서 취업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쉽게 흘러간 적은 거의 없었다.

수많은 기업에 지원했고, 떨어지는 경험도 반복해서 했다.

결과만 보면 ‘합격했다’는 한 줄로 끝나지만, 그 안에는 계속해서 방향을 수정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나를 다시 설득해 가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막연히 성공을 꿈꾼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고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지 계속 설계하고 있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어떤 업계를 먼저 공략해야 할지,

내 강점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하루 안에 어떤 준비를 해야 내일 조금 더 나아질지를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 이미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인이 되면 모든 것이 안정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더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나는 여기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정말 이 길만 바라보고 살아가도 괜찮은가.

지금의 안정과 앞으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 질문들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넓은 무대에서 일하고 싶었고, 언젠가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로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본업을 하면서도 부업을 준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내가 가진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일까지 생각하게 됐다.


예전 같으면 그런 마음을 단지 조급함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내 삶을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본능에 가까웠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목표를 떠올리면, 먼저 숫자나 결과부터 적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내 삶은 어떤 구조여야 하지?

내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야 하지?

나는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겨야 하지?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막연히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대신

퇴근 후 언제 공부할지, 어떤 방식으로 반복할지, 피곤한 날에는 어디까지를 최소 기준으로 삼을지를 먼저 정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한 번 불태우듯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내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빈도와 루틴을 먼저 만든다.

저축도, 커리어도, 글쓰기조차도 결국은 같은 방식이었다.

의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내가 목표를 설계하게 된 건, 대단히 계획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쉽게 불안해지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이 안정적일 때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는 날에도 아주 조금은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더욱 구조가 필요했다.


삶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은 갑자기 바빠지고, 체력은 생각보다 금방 떨어지고, 사람의 마음은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다짐만으로 버티려고 하면 쉽게 지친다.

하지만 구조가 있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완벽하게 하지 못한 날이 있어도, 처음부터 전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이제 목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면,

지금은 오래갈 수 있는 방향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대신 내가 가고 싶은 곳과 지금의 하루가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선택들이 흩어지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목표를 만들 것이다.

더 잘하고 싶은 일도 생길 것이고, 도전해보고 싶은 길도 계속 생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더 이상 목표를 다짐으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다.

내 삶에 실제로 놓이고, 반복되고, 쌓여서 결국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형태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나는 목표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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