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많을 때, 하나만 골라야 할까

by 레실

살다 보면 꼭 한 번쯤 이런 말을 듣게 된다.

하고 싶은 게 많다면 이제는 좀 추려야 하지 않겠냐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관심 있는 분야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면 오히려 하나를 정해서 깊게 파는 게 맞지 않느냐고.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맞는 말이라서 더 자주 흔들린다.

나 역시 여러 가지를 동시에 붙잡고 있을 때면, 가끔은 내가 너무 산만한 사람은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하나에 집중하는 사람보다 성과가 늦게 나는 것 같고, 방향이 분산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게 된다.

정확히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욕심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나는 하나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을 너무 빨리 포기하게 되는 것이 늘 아쉽다. 아직 충분히 해보지도 않았는데,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확인해보지도 않았는데,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지워버리는 일이 쉽게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기보다, 내가 어떤 일에 진심으로 살아나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시기에는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고,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고, 다른 분야의 가능성을 함께 고민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한 가지 일만 붙잡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감각들이, 여러 가지를 오가며 살아낼 때 오히려 연결되기도 한다.


물론 동시에 많은 것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늘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고, 때로는 마음까지 부족하다.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자책할 때도 많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역시 줄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억지로 하나만 남기려고 하면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는 가능성을 너무 빨리 정리해 버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단 하나의 이름으로만 설명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역할, 하나의 꿈, 하나의 정답으로 스스로를 고정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종종 선택이 성숙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선택보다 탐색이 더 필요한 사람도 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이 나를 오래 움직이게 하는지 알아가는 사람에 가깝다. 그러니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건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어쩌면 내 방식의 진지한 탐색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도 아니고,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만도 아니고,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 사람인지 더 정확히 알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하고 싶은 것들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때로는 줄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하나만 남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는 정말 중요한 것 몇 가지가 또렷하게 남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덜어질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무조건 빨리 추리는 것보다 내 안의 가능성들을 조금 더 살아 있게 두고 싶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붙잡고 있다는 건, 아직 내가 포기하지 않은 미래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혼란이 아니라, 아직 내 삶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카페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