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묵으로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퇴근 후 식당에 30분 정도 앉아 있었을까
회식 중간에 일어나 상담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차가 막히지 않아 조금 일찍 도착했고, 평소보다 늦으신 건지 선생님은 조금 급하게 들어오셨다.
예상했던 대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짧게 답하곤 입을 닫았다.
선생님을 마주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사선으로 돌렸다. 벽, 책상, 옆에 놓인 책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불편한 정적이 머물렀다.
둘 곳 없는 팔은 거추장스럽고 어깨는 자꾸만 무거워졌다. 선생님도 내가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시는지 더는 질문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침묵만이 우리 사이를 흘러갔다.
0.5초 정도, 중간중간 졸았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들이 문득문득 생기는 걸 보니 그랬던 모양이다.
삐그덕거리는 이 불편함을 견디며 왜 나는 굳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
그러나 상담을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침묵으로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모든 걸 그만두지 않기 위해서.
너무 지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침묵'뿐이라서. 나는 지금 그 침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이 지나도 그저 기다려 주는 선생님을 보며 아주 조금 안도했던 것 같다. 어쩌면 다음 시간에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영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이 곧장 뒤따랐다.
정말 모르겠다. 이 침묵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났다. 평소처럼 포옹을 하는데 주춤거리는 나와 달리 선생님은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길게 나를 안아주셨다.
나는 양손이 아닌, 손목 보호대를 찬 오른손만 겨우 들어 선생님의 등 뒤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문앞에서 끝내 마주하지 못한 시선을 어정쩡하게 둔 채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저번 시간과는 아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