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법령에 따르면 해당 법령의 수범자로 하여금 다양한 유형의 신고서류(취득신고, 사업수행신고 등)를 제출해야할 의무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며,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담당자(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로서는 해당 신고서류에 신고자의 개인정보(성명,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별도로 징구해야 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어서 이에 대한 법리를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해당 신고절차에 대한 근거규정 외에 개인정보보호법도 별도로 준수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특정 행정절차에 대하여 여러 개의 적용법규가 있는 경우 그 중 가장 직접적인 규정을 준수한다면 다른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위법성이 조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 하나의 행정절차에 복수의 적용규범이 있다면 해당 적용규범을 모두 준수해야 하는 것이며, 개별 법령에 타법 적용을 배제하는 특칙이 있지 않은 한 이러한 원칙에 변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특정 행정절차에 대한 적용규범에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 징구의무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은 당연히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한다 할 것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신고서류를 접수하는 공무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할 것인바, 그렇다면 모든 신고서류를 접수할 때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징구해야하는 것인가? 이에 관하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위 규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다하더라도 그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 규정에 따르면 담당공무원은 당연히 별도의 동의서가 없다 하더라도 개별 법령에 따른 신고수리 업무를 실시하기 위하여 해당 신고서류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할 것이다.
다만, 개별 법령에 따르면 신고관련 규정은 관할 관청에 법령상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수범자(국민)에게 신고서류를 제출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재되어 있기에, 문언상으로만 볼 때 담당 실무자로서는 과연 해당 규정에 따른 개인정보수집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후문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살피건대, 1) 행정상의 권한과 의무는 서로 상보적인 것으로서 만일 국민에게 법적의무가 부여되었다면 관할관청은 이에 대한 행정권한을 보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2)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취지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수범자)은 공공기관에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동 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도 함께 전달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가능하다할 것인바 관할 행정기관이 신고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이 잠탈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개별 행정기관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전문(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의거하여 신고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별도의 동의서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하더라도, 그 후의 개인정보보관의 법적근거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집과 보관은 그 법적성질이 다른 것으로서 이에 관한 근거 역시 별도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살피건대, 1)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ㆍ도서ㆍ대장ㆍ카드ㆍ도면ㆍ시청각물ㆍ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 등을 보호·관리해야할 법적의무가 있는 점, 2) 개별 법령에 따른 신고서류는 공공기관의 업무와 관련하여 접수한 문서로서 당연히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록물에 해당될 것인 점, 3) 그렇다면 관할 주무관청에 해당 신고서류를 보호·관리해야할 법적의무가 있다할 것인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후문에 따른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별 행정기관은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후문에 따라 개별 법령에 따른 기간동안 해당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할 것이다.
행정실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너무도 많은 규범들이 있다보니 일선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종사자가 개별 법령의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로운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수많은 법률이 제정되고 개정되기에 이에 대한 해석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기관 실무자들은 과거 업무관행에 의존하여 실무를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불안정한 행정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기대어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과거 선례들이기 때문인바 이러한 경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만일 과거 행정관례에 법적근거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혹은 위법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었을 경우 이에 관한 책임은 결국 문제가 제기되었을 당시의 실무자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에,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적법성 또는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행정관행에 관하여는 현재 실무자가 면밀하게 검토하여 이에 관한 법적근거와 논리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개별 행정작용에 대한 법적근거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향후 새로운 행정절차 또는 정책을 수립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법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업무를 실시할 수 있다할 것인바, 앞서 살핀 것이 법적근거 검토의 수동적 효과라면 이는 능동적 효과라 할 만하다.
현대 민주주의사회의 입법기능 강화경향으로 인하여 행정실무자들에게 가혹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작용을 실시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공무원들은 이러한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것이니, 아무쪼록 본인이 수행하는 행정행위들에 관하여는 그 법적근거와 논리를 명확하게 분석해두어 수동적 효과와 능동적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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