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해마다 수 많은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경향을 보이고 있기에 종래에는 없었던 제재적 행정처분의 근거규정이 신설되기도 한다. 이러한 입법 방향성의 옳고 그름에 관하여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으나, 이러한 논쟁을 모두 차치하고 개정된 규범에 따라 행정실무를 이행해야 하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법률집행에 관한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법률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에 개정된 법률을 적용하여 종래에는 없었던 제재적 행정처분(면허취소, 업무정지, 과태료부과, 연구비 환수 등)을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 할 것인바, 이에 대한 법리와 대법원 판례를 살펴본다.
1. 관련 대법원 판례
우리 대법원은 제재적 행정처분 근거법률의 적용시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원칙) 행정처분은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시행되는 법령과 그에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며, 나아가 비록 당해 행정처분의 근거규정이 종전보다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가 개정 법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개정된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예외) 다만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개정 법률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행정처분은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당시 시행되는 법령과 그에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정 법령이 기존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하여 종전보다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가 개정 법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개정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되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 법령불소급의 원칙은 법령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 사실에 대하여 당해 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 사실에 대한 법령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04.24. 선고 2013두26552 판결 급여제한및환수처분취소)
2. 해석
위 대법원 판례를 풀어보면, 비록 개정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만일 개정 법률 시행 전에 이미 완료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개정법률(행정처분 당시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이러한 원칙은 신뢰보호의 원칙의 제한을 받는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개정 법률 시행 전에 이미 완료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인지 여부는 그와 같은 사실관계를 시정할 수 있는 물리적 가능성 기타 이로 인하여 2차적으로 파생된 효과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할 수 있다할 것인바, 1) 만일 국가개발연구사업 수행자가 허위로 연구자 목록을 기재한 경우에는 연구자 수정에 필요한 절차를 통하여 비교적 간이하게 이를 시정할 수 있다할 것이므로 이를 일컬어 이미 완료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라 보기 어렵다 할 것인 반면, 2) 종전에는 자유롭게 거래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던 산업에 대하여 거래수수료 상한을 규정하는 취지의 입법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과거에 지급받았던 거래수수료에 관한 사실관계가 이미 완료되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도 불구하고 만일 개정법률의 부칙에 해당 규범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경과규정에 따라 개정법률의 시적범위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부칙 역시 개정 법률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서 입법자가 제재규범의 시적범위를 규정하였다면 그에 따라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 합헌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만일 해당 경과규정이 앞서 살핀 신뢰보호의 원칙을 무너트리거나 또는 이미 완료된 사실관계에 대하여도 개정법률을 일괄적으로 적용시키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는 헌법에 위배된 것으로서 이와 같이 과도한 입법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할 것이며, 이 경우 국민들은 개별 소송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거나 또는 소송요건이 충족될 경우 헌법소원심판 등을 통하여 해당 경과규정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