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유권해석 해설
의료인을 옭아매는 의료법 규정은 셀 수 없이 많다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정 중 하나는 바로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진료거부금지 조항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특히 환자가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이미 의료기관과 신뢰관계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의사를 만나게 해달라며 외래진료 접수를 시도할 경우, 이에 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지만 한편 이를 거부할 경우 환자는 담당의사가 진료를 거부했다며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형사고발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기에, 의료기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경우에도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현행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사유여하를 불문하고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환자의 진료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위 ‘정당한 사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유권해석 한 바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1)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2)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3)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4)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5) 타 의료인이 환자에게 기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
6)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7)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8)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1차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만일 위 사례와 같이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 분쟁이 진행 중인 경우라 한다면 의료인은 얼마든지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단순히 의료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유만으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없음에 주의).
뿐만 아니라 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환자가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원치료를 요구한다면, 해당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뒤 퇴원시킨다 하더라도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래 유권해석내용에 따르면, 환자가 진료비를 미납하였거나 미납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환자를 퇴원시킬 경우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 (질의) 비교적 큰 금액의 진료비를 미납하거나 소액의 진료비라도 수 차례 미납하는 환자에 대해 의사가 아닌 원무과 행정직원 등이 외래진료를 거부할 경우, 이러한 행위가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는지요?
☞ (보건복지부회신) 진료비를 체납하였다는 유일한 사유만으로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진료비용을 징수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을 모색하지 아니하고 진료비용 징수의 수단으로 진료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사료되나, 최종적인 위적법 여부의 판단은 명확한 사실관계 및 정황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진료비 미지급 환자에 대해서도 무조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위 사례는 진료비 체납이 진료거부의 유일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할 것이므로, 만일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 진료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다른 사유가 있다면(의료진 등을 모욕하거나 명예훼손 기타 업무방해 행위를 하는 등), 의료기관은 동 사유와 결합하여 환자의 진료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만일 환자가 상습적으로 진료비를 체납한 경우라면 이는 이른바 ‘무전취식’에 준하는 것으로서, 의료기관은 해당 환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등 적극적인 형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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