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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May 04. 2017

7.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임의비급여 문제

건강보험의 회색지대(grey area)

 


임의비급여는 그 개념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 없이 의료계와 보건당국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오던 용어로서, 대법원은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가 아님에도, 요양기관이 요양급여의 인정기준에 관한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가입자 등과 사이에 요양비급여로 하기로 상호 합의하여 그 진료비용 등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를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임의비급여의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급여·비급여목록 외의 임의비급여


② 별도 산정 불가한 치료재료 등의 비용을 수진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③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열거되지 않은 진료행위에 관한 비용을 수진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④ 요양급여대상임에도 요양급여비용 심사과정에서의 삭감 우려 또는 낮은 진료수가로 인하여 진료비용을 수진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   



 종래 대법원은 임의비급여의 불법성에 관하여, “요양기관이 의료보험 요양급여기준과 의료보험 진료수가기준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 본인과 사이에 보험비급여로 하기로 상호 합의하여 그 진료비용 등을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에도 위 각 기준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고, 그 합의과정에서 요양기관이 수진자를 기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는 견해를 취함으로써, 위 모든 유형의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예외 없이 부당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종래의 견해를 변경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임의비급여의 허용가능성을 열어두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라도 ①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이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등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또는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과 함께 절차의 내용과 이에 소요되는 기간, 절차의 진행 과정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회피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②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고, ③ 가입자 등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대하여 동의를 받았다면, 이러한 경우까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요양기관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더라도 그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측인 요양기관이 증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항고소송에서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한 경우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2.06.18. 선고 2010두27639,27646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록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이루어졌다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부당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동 판례가 설시하는 각 요건을 충족하였다면 이는 적법한 요양급여비용청구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다만, 임의비급여진료행위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형해화 될 우려가 있으므로 각 요건 충족여부는 엄격하게 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실무상 동 요건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가입자의 동의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일반적으로 수진자들은 건강보험의 체계 및 의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고, 특히 백혈병 등 혈액 질환과 같은 난치병 환자 및 가족들은 매우 궁박한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에 요양기관의 진료행위 및 그 비용 부담에 관한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의비급여진료행위에 대한 수진자의 동의여부는 형식적 동의가 아니라 ‘실질적 동의’여야 하며, 실질적 동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이 적절한 대상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할 것이 전제된다.     



 정리하면, 비록 대법원이 견해를 변경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허용하였다 하더라도, 행정실무상 해당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해석될 뿐 아니라 동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의료기관에게 귀속되므로, 의료기관이 면밀한 검토 없이 섣불리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일 의료기관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임의비급여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법률전문가로부터 이에 관한 자문을 구할 것을 권한다.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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